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저신용 회사채를 쓸어담고 있다. 릴레이 상장을 앞둔 대어급 공모주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팔을 걷었다는 평가다. 공모주 시장 호황에 힘입어 한동안 침체됐던 저신용 회사채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45% 이상을 BBB+등급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면 공모주 배정물량의 5%를 우선 받을 수 있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 한신공영(신용등급 BBB)이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1835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주문의 상당 물량을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냈다.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의 적극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저신용 회사채는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신공영에 앞서 올해 채권 발행에 나섰던 두산인프라코어와 DB캐피탈, 한진칼 모두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이상의 투자 수요를 확보해 흥행에 성공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 한국채권투자자문, KTB자산운용 등 주요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꾸준히 이들 기업의 채권을 받아갔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실적 악화 우려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진 분위기다.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BBB급 채권 확보에 나선 것은 초호황을 누리는 공모주 물량을 최대한 손에 쥐기 위해서다. 올 들어 이날까지 15개 기업이 진행한 기업공개(IPO) 일반청약 경쟁률은 평균 1388 대 1로 지난해 전체 평균(956 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대어급 기업이 줄줄이 증시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몸값이 최대 100조원으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상장할 예정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발행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장외 유통시장에서도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BBB+등급 이하 회사채를 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연 2%대 금리로 주문을 내는 곳이 있을 정도로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건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진성/김종우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