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과 이상을 포기하는 것이라오."
꿈을 향한 거침없는 용기…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을 이야기한다.

비록 그 꿈이 남들이 보기엔 우스꽝스럽다고 해도 자신의 신념을 굳건하게 믿는 용기와 어떤 시련에도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무모하리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정신과 열정을 말이다.

극은 스페인의 지하감옥에서 시작된다.

교회에 세금을 부과한 신성모독죄로 잡혀 온 세르반테스는 죄수들 사이에서 '이상주의자'라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직접 쓴 원고로 즉흥극을 펼치며 변론을 대신하는데, 이 즉흥극이 바로 뮤지컬의 원작이자 400년 넘게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다.

꿈을 향한 거침없는 용기…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즉흥극에는 자신을 정의를 위해 세상과 맞서 싸우는 기사, 돈키호테라고 굳게 믿고 있는 괴짜 노인 알론조와 그의 시종 산초가 등장한다.

돈키호테는 여관을 성이라고 우기고, 면도할 때 쓰는 대야를 황금투구라며 머리에 뒤집어쓴 채 구불구불한 칼을 휘두른다.

그가 '아름다운 레이디'라고 칭하는 알돈자는 사실 여관에서 허드렛일하는 여인이다.

작품은 돈키호테를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면서 이상과 현실을 극명하게 대비해 보여준다.

처음에는 어처구니없게 느껴지던 돈키호테의 행동들은 어느 순간부터 진정성을 띤다.

주변의 비웃음에도 흔들림 없이 "나는 나, 라만차의 기사. 운명이여 내가 간다"라며 정의를 이야기하는 이 망상에 사로잡힌 늙은이를 응원하게 된다.

꿈을 향한 거침없는 용기…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뮤지컬의 대표곡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은 작품의 주제인 꿈과 도전, 열정을 가장 잘 나타낸다.

노래는 극의 흐름에 따라 변주되며 여러 번 흘러나온다.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돈키호테가 이 노래를 처음 부르는 장면은 1막 후반부, 고귀한 여인이라 생각하는 알돈자를 마주한 때다.

기사도 정신에 취한 돈키호테의 위풍당당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때보다 노래에서 더 웅장한 힘이 느껴지는 장면이 있다.

그가 모든 여정을 마치고, 병상에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마치 꿈을 꾸듯 노랫말을 되뇔 때다.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라는 가사처럼 그간의 돈키호테의 거침없는 용기와 무모한 도전이 깊은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풍차를 거인이라 여겨 결투를 신청하는 미치광이 늙은이의 행동이 그제야 숭고한 꿈으로 다가온다.

1965년 뉴욕에서 초연을 올린 '맨오브라만차'가 5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데는 이런 꿈과 희망이라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국내에서 2005년 처음 막을 올린 이후 9번째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꿈을 향한 거침없는 용기…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뮤지컬이 170분의 긴 공연 시간에도 단 한 순간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 데는 묵직한 메시지가 주는 힘도 있지만, 극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산초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산초는 돈키호테의 충직한 종자이자 유쾌한 길동무다.

돈키호테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재치 있는 대사로 재미를 더하고, 엉뚱하고 익살맞은 행동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왜 돈키호테와 함께 다니냐는 알돈자의 질문에 "주인님이 그냥 좋다"는 대답으로 순수함을 뽐내는 그는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돈키호테를 관객들이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도 지하감옥과 연극무대를 오가는 극의 흐름에 단단하게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뮤지컬계에서는 '맨오브라만차'에는 내로라하는 배우들만 출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돈키호테를 연기하는 배우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인 알론조를 번갈아 연기하면서 매끄럽게 극을 이끈다.

공연은 3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