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저널리스트 제임스 네스터 '호흡의 기술' 번역 출간

"인체는 낮이나 밤에 몇 시간씩 날 공기를 처리하도록 설계된 게 아니다.

만성 입 호흡은 전적으로 비정상이다.

숨 쉬는 방법을 바꾸면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제임스 네스터는 '호흡의 기술'(북트리거)에서 숨쉬기가 수동적인 행위라는 생각을 거부하고 더 좋은 호흡법이 무엇인지 탐구하면서 입 호흡 대신 코 호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평소 호흡기 문제로 힘들어하던 저자는 의사의 권유로 참석한 호흡법 강좌를 계기로 호흡의 역할에 주목한다.

코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법을 수년간 익히면서 호흡의 잠재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저자는 미 스탠퍼드대 코과학 연구 책임자와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실리콘으로 코를 틀어막고 입 호흡으로만 열흘간 생활한다.

이 과정을 통해 생리학적 데이터의 변화를 직접 확인한다.

책은 그가 240시간 동안 입으로만 호흡한 결과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수치는 급상승했고, 콧속의 디프테리아균이 증가했으며,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수 변동성도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입 호흡은 인체 외형을 바꿔놓는데, 더욱 나쁜 것은 기도까지 변형시킨다는 것"이라며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면 호흡 압력이 감소해 입 뒤쪽 연조직이 느슨해지면서 호흡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입을 벌리고 자면 중력이 목과 혀의 연조직을 아래로 끌어당겨 기도가 평소보다 더 닫힌다"며 "잠시 후 기도는 이 위치 그대로 조정되는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이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미국 인디언을 다룬 화가 조지 캐틀린의 사례를 들며 코 호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캐틀린은 변호사 일을 그만두고 6년간 여행하면서 아메리카 원주민 50개 부족의 삶을 기록했다.

캐틀린은 생전에 남긴 기록에서 원주민들의 건강한 신체의 비밀은 숨쉬기라고 밝혔다.

입으로 숨을 들이쉬면 체력이 처지고, 얼굴을 변형시키며, 스트레스와 질병을 유발한다는 말을 원주민에게서 들었다고 적었다.

저자는 "캐틀린은 입 호흡의 위험성을 확신하고 그것을 극복하기로 했다"며 "자는 동안 입을 억지로 다물었고, 깨어 있는 시간에 항상 코로 숨을 들이쉬었는데 당시 평균 수명의 약 2배인 76세까지 살았다"고 강조한다.

책은 만성 호흡기 질환, 코막힘, 비염, 축농증, 수면무호흡, 코골이 등 현대인이 겪는 호흡 문제를 고대인은 앓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고대인인 현대인과 달리 앞턱이 큼직하고 입안이 큰 데다 기도도 넓어서 원활한 코 호흡이 가능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먹거리가 산업화해 부드럽고 걸쭉한 형태로 변한 것도 현대인의 호흡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언급한다.

과거보다 씹는 행위가 크게 줄어들면서 얼굴이 좁아지고 턱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고대인의 두개골과 현대인의 두개골을 비교 연구한 학자를 찾아가고, 프랑스 파리의 지하 납골당에 있는 19세기 콜레라 희생자들의 뼈 무덤 속에서 두개골 표본을 확인해 호흡과 진화의 관계를 살핀다.

물론 호흡법이 만능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저자는 "호흡법은 가벼운 문제가 심각한 건강 문제로 불거지지 않도록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최적의 방법"이라며 "때로 균형을 잃으면 적절한 숨쉬기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승영조 옮김. 412쪽. 1만9천5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