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보자기 등 재활용 가능 소재로 포장 실천
직장인 전모(26)씨는 최근 명절선물 포장을 두고 고민했다.

명절인 만큼 격식을 갖춰 포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과도한 포장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다.

전씨는 9일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명절 때 햄과 참치 통조림 선물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내용물보다 포장이 과하게 컸다"며 "상자 자체를 크게 만드니 내용물을 고정하는 플라스틱부터 상자를 담는 부직포 가방까지 받게 돼 쓰레기 처리가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세트를 주고받는 일이 늘면서 포장재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시민들도 많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 환경오염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선물 포장에서도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리랜서 송세라(34)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설 선물로 샴푸바를 선물했다.

샴푸바는 고체 비누 모양의 샴푸로,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를 줄이려는 이들에게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송씨는 "샴푸바 세트를 손수건에 포장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때는 택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볼일을 보러 갈 때 직접 들고 가 전달했다"며 "전에는 이렇게 포장하면 유난 떤다는 시선을 받았지만, 요즘은 공감해주는 이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희진(45)씨도 환경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친환경 포장을 실천하고 있다.

김씨는 "선물용 쇼핑백 대신 코팅되지 않은 종이에 포장하거나, 아예 포장하지 않고 리본만 간단히 매서 선물한다"며 "음식 선물은 재사용 가능한 용기에 포장해서 줄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명절에도 포장을 간소화해 선물하자 받는 사람들이 '기존 선물세트는 쓰레기 처리가 힘들었다'며 오히려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친환경 포장'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1만건 이상 올라왔다.

시민들은 서로 친환경 포장 방법을 공유하거나 본인이 직접 실천한 사례를 사진과 함께 올리면서 포장 쓰레기를 줄이자는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예컨대 내용물보다 큰 상자를 사용하거나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 쓰는 대신 보자기나 종이로 내용물을 싸거나, 입지 않는 옷이나 스카프 등 옷감을 이용해 리본을 만들어 장식하는 방식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를 환영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명절 선물 문화를 되돌아보고 포장 관련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명절 선물은 예쁜 포장에 담겨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데 명절 선물 문화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풍족하지 않던 옛날엔 명절에 본인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선물하면서 마음을 전달했지만, 이제는 물질이 풍족한 사회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과하게 포장해 선물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허승은 녹색연합 활동가는 "시민들의 눈높이가 달라진 만큼 기업들도 '포장 관련 법을 준수했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친환경 포장법을 찾아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도 포장 관련 규제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