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5시부터 손님 몰려"…`풍선 효과' 부작용도
"'저러다 확진자가 1명이라도 나오면 큰일일 텐데' 하고 지나다니면서 자주 생각했었죠. 결국 이렇게 되니 혹시 개강 일정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가 걱정되네요.

"(건국대 재학생 A씨)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 먹자골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업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감성주점·헌팅포차 등 영업이 금지된 유사 유흥시설 업태로 운영된 사실이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한 유흥업소 영업제한이 길어지자 이 가게뿐 아니라 인근의 주점들 역시 변칙영업을 한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서울시와 광진구청 등에 따르면 전날까지 누적 43명이 확진된 광진구의 '포차끝판왕'은 지난해 8월 '확진자 발생 시 구상권 청구를 감수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쓰고 일반음식점 형태로 영업을 했다.

하지만 이 업소는 지난해 10월 말 테이블 간 칸막이 설치 등 거리두기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2주간 집합금지 처분을 받았다.

지난달 28일에는 여러 명이 층을 오가며 밀접한 상태에서 춤을 추고 술을 마시던 현장이 구청 단속반에 적발됐다.

구청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지도·점검을 나갔으나 해당 업소들이 일반 주점과 헌팅포차를 오가며 영업 형태를 빠르게 바꿔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며 "새해에 성인이 된 학생들 등이 몰리면서 변칙영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근 주민과 학생들은 이 업소뿐 아니라 같은 골목에 있는 음식점·주점 중 사실상 '클럽'처럼 운영되는 곳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모(26)씨는 "이 골목에 있는 한 업소는 영업제한 시간을 피해 오전 5∼10시에 클럽을 운영한다"며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내부에서도 방역수칙이 지켜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근 주민 강모(30)씨도 "이번에 확진자가 나온 곳 말고도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는 주점이 근처에 많다"며 "한 사람이 여러 업소를 오가면서 놀기도 했을 텐데, '제2의 이태원 사태'가 발생할까 걱정"이라고 했다.

특히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이들 업소의 영업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되자, 특정 시간대에 인원이 몰리며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건국대 재학생 윤모(23)씨는 "최근 오후 4∼5시만 돼도 헌팅술집들에 사람들이 몰려 자리가 없고, 오후 9시가 되면 한꺼번에 골목으로 쏟아져 나와 차가 지나가기도 어려운 모습을 여러 차례 봤다"고 했다.

윤씨는 "그 시간이면 '턱스크'를 하고 모여 담배를 피우는 무리가 수십 명에 달했다"며 "누구 하나라도 걸리면 집단감염으로 번질 것을 예상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9시 이후 영업제한'과 같은 일괄적인 방역 수칙이 오히려 이번 사례처럼 방역상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며 거리두기 기준을 새로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업 제한시간을 잘 지킨다고 코로나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며 "인원을 분산해 밀집도를 낮추고, 식당 내에서 거리두기나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데 현장에서 따르기 어려운 방안만 나오니까 이번처럼 '변칙 영업'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업종별 일괄 제한보다는 각 업장이 방역 수칙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를 판단해 실효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