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 앓다가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의료진 위해 594억원 모금
톰 무어 경 "햇살은 다시 당신을 비추고, 구름은 사라질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을 위한 성금을 마련하겠다며 100번째 생일을 앞두고 집안 정원 100바퀴를 돌아 감동을 안겼던 영국의 노병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다 세상과 작별했다.

평소 폐렴을 앓다가 약 열흘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잉글랜드 중부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톰 무어(100) 경이 2일(현지시간) 오전 영원히 눈을 감았다고 그의 가족이 밝혔다.

트위터에 무어 경의 별세 소식을 알리는 사진이 올라오자마자 1시간도 안 돼 9만명 이상이 사진을 리트윗하고, 27만여명이 '마음에 들어요'를 누르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트위터에 무어 경의 별세를 안타까워하는 글을 올리며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영국의 훌륭한 영웅이었다"고 추모했다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인 무어 경은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신음하던 지난해 4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기부할 1천파운드(약 152만원) 모금을 목표로 보행기에 의지한 채 25m 폭의 정원을 왔다 갔다 하는 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다.

마지막 바퀴를 완주하기 전 무어 경은 "지금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에게 햇살은 다시 당신을 비추고, 구름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백발이 성성한 신사의 느리지만 결의에 찬 발걸음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에서도 기부가 빗발쳐 원래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3천890만파운드(약 594억원) 모금에 성공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무어 경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고, 예비역 육군 대위였던 무어 경은 '명예 대령'으로 임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