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정책변화 예고'로 부동산 민심 달래기
남북대화 필요성 재확인…'비대면 대화'도 제안
신년인사회에선 '통합'→신년사에선 '포용'

민생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바탕으로 집권 5년차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선도국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는 현재까지 방역과 경제 양쪽에서 선방하고 있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분야에 대해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이 밝다는 점을 보여줬다.
올해 상반기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도 동시에 강조했다.
고용보험 확대를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격차를 좁히는 위기 극복'을 모색, 회복·도약·포용의 한 해를 만들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날 연설에서는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를 두고 "국민들께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실상 첫 사과를 한 점도 눈에 띄었다.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고 한 점이나,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말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날 발언은 주거불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 악화를 의식한 발언인 동시에 향후 주택정책의 미세 조정을 예고하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겠다"고 언급, 이제까지의 수요억제 중심 정책과는 다른 처방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했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발언은 과거 신년사에 비해 한층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남북관계 역시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제안한 종전선언 역시 이날 신년사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미국의 신행정부 출범에 발맞춰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마지막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협력 분야로 가장 앞세운 것은 코로나 사태를 매개로 한 방역·보건 협력이다.
이를 통해 당장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는 것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건협력 대화에도 자연스럽게 편입되며 관계개선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방역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대화의 가능성까지 열어놓는 등 불씨 살리기에 온 힘을 쏟는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민감한 정치분야 이슈에 대한 발언을 예년보다 크게 줄였다.
권력기관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 나가겠다"고 원론적으로만 언급했다.
특히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는 연설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1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에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기존 입장인 만큼 미리 예견된 일이기는 하다.
민생 경제 이슈에 집중하기 위해 진영대결로 번질 우려가 있는 정치사안에는 최대한 말을 아끼겠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이런 '침묵'의 배경이 됐으리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 인사회에서 올해 화두로 '통합'을 제시했으나 이를 놓고 '사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이 이어지자, 신년사에서는 '통합' 대신 '포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