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청 등 행정타운 주변 '식사만 따로, 이동 시엔 지침 무색'
식당가는 전반적으로 한산한데 커피숍 앞은 다닥다닥 긴 줄
정부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전국으로 확대한 첫날인 4일 부산시청이 위치한 연산동 행정타운 일대는 거리두기 조치를 무색하게 하는 장면들이 잇따라 포착됐다.

4일 점심시간이 되자 한산했던 부산 시청 뒤편 식당가에서는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부산시청뿐만 아니라 부산경찰청, 부산시의회 등도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들 대부분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을 의식한 듯 2∼3명이 소규모 그룹을 형성해 식사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한 공무원은 "부서에서 직원 간 시차를 둬서 식사하기로 해 소규모로 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지 조치가 무색할 정도로 여전히 5∼6인이 우르르 몰려다니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부산시청 후문 사거리에서 불과 10여 분 서 있는 동안 5인 이상인 그룹을 6개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6인 무리가 커피숍에서 테이크아웃을 하기 위해 몰려가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방문한 커피숍 내부에는 다닥다닥 대기 줄이 형성돼 붐비고 있었다.

부산시청 주변 인기 커피숍 3곳의 사정이 전부 비슷했다.

식당 내부를 둘러봤을 때는 2∼3명이 한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만 관찰됐지만, 한 명이 인근 테이블 결제도 하는 등 일행들이 테이블만 분리해 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면도 확인됐다.

그나마 직장인 손님이 있는 부산시청 주변과 달리 해운대 해수욕장 등 관광지 식당은 이날 썰렁하다 못해 텅 빈 모습이었다.

해운대 구남로 한 상인은 "거리두기 강화 이후 매출이 평소 대비 10∼20%밖에 안 된다"면서 "상인들은 절망적인 상황이고 빛줄기 없는 터널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임대료가 밀리는 임차인들도 많고, 임대인도 사정을 아니 강요하지 못하고 서로 힘든 상황"이라면서 "여러 조치에도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아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고 밝혔다.

직장 주변 배달 업체들은 수요가 많이 증가해 분주한 상태였다.

부산 사하구에서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점심때는 치킨 주문이 많지 않은데 최근 배달이 늘어서 오전 11시부터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다"며 "지금도 배달 기사가 부족해 주문이 밀릴 정도"라고 덧붙였다.

부산 서면에서 근무하는 한 직장인도 "회사 내부 규정으로 외부 식당 이용이 금지돼 점심을 배달 음식으로만 해결한다"고 말했다.

부산 공공기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새해 공식 업무 첫날인 이날 조용하게 시무식을 치르는 모습이었다.

부산항만공사 이날 오전 화상회의 프로그램 통해 재택,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230여명을 대상으로 시무식을 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매년 개최해온 신년 인사회를 올해는 열지 않았고, 부산경찰청과 기술보증기금, 부산도시공사 등도 올해는 시무식을 생략했다.

대한적십자사 부산지사 임직원은 희망나눔봉사센터에서 빵을 만들어 부산역 광장에서 노숙인들에게 나눠주는 빵 나눔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시민들은 소규모 신년 모임도 취소하며 외출을 더 자제하고 있다.

직장인 박모(27)씨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된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한 마음에 3명이 만나기로 한 약속도 취소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