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가에서 돌려보던 사설 정보지처럼 언론사도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기사를 양산한다며 독자들이 '○○ 찌라시' 등으로 비하하곤 한다.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표현과 더불어 오늘날 한국 언론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지라시'라고 표기하고 '선전을 위해 만든 종이쪽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만 실제 일본인의 발음을 들어보면 지라시보다는 '치라시' 혹은 '찌라시' 쪽이 더 비슷하게 들린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국내에서도 '찌라시'라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원을 따져본 김에 지라시의 본고장으로 잠시 눈을 돌려본다.
일본에서 지라시는 광고 전단지를 지칭한다.
지라시를 가장 자주 접하는 경로는 신문이다.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에는 어김없이 지라시가 꽂혀 있다.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는 시기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각 신문사의 진짜 영향력을 알고 싶으면 ABC 협회 발행 부수보다 지라시의 양을 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도쿄에서 발행되는 주요 6개 일간지 중 요미우리(讀賣)신문과 아사히(朝日)신문이 나머지 4개 신문보다 아무래도 지라시의 양이 많아 보인다.

지라시를 보면 경기의 흐름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긴급사태가 선언된 올해 4∼5월에는 지라시가 급격히 줄었다.
연말연시에는 통상 지라시가 많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적은 편이다.
경제가 움츠러들었다는 신호다.
지라시는 소규모 상권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특히 지역 경제가 나빠졌다는 증거다.
광고주별로 원하는 신문이 다르고 각 신문의 판매 부수에 따라 지라시 배포 비용도 달라진다.

그런데도 기자가 신문을 받아보는 판매점 몇 곳에 연락해 물어보니 원하지 않으면 지라시를 빼고 배달해줄 수도 있다고 반응했다.
수년 전에 지라시 없는 신문을 배달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는데 그사이에 구독자 친화적으로 바뀐 것일까.
한 판매점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하루에 300부 정도를 배달하는데 지라시를 빼고 배달받기를 원하는 독자는 3∼4명 정도라서 지라시 수입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절대다수가 지라시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독'하는 셈이다.
지라시에는 유용한 정보도 꽤 있다.
우선 주요 슈퍼마켓이 그날의 특가상품 정보를 지라시에 올린다.

이에 매일 장을 보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때 지라시가 참고 자료가 된다.
예를 들어 25일 도쿄의 A 슈퍼마켓은 지바(千葉)현에서 생산된 양배추 1개를 97엔(약 1천33원, 세금 별도)에 팔겠다고 안내했는데, B 슈퍼마켓은 아이치(愛知)현 양배추 1개가 78엔(약 831원)이라고 홍보한다.
최근에는 메신저 라인(LINE)으로 지라시를 배포하는 등 지라시의 온라인화를 시도하는 업체도 있으나 일본에는 여전히 종이 지라시에 익숙한 소비자가 많다.

신문 경제면을 열심히 읽으면 거시 경제를 이해하게 되고, 지라시를 잘 살펴보면 가계 실물 경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
받는 사람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편함에 투입되는 지라시도 많다.
분양 아파트 광고물에서부터 주민 자치회의 일종인 '조나이카이'(町內會) 소식지까지 다양한 홍보물이 우편함에 투입된다.

물론 모든 사람이 지라시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우편함에 지라시·삐라·인쇄물 등을 무단으로 투입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은 집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언론이 사회의 목탁이 되기를 희망한다면 '찌라시'라는 말에 마냥 상처받기보다는 기자 스스로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우리는 '본고장' 지라시보다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