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작업 지시·묵인" 공무원 등 8명 송치…춘천시 "무리한 결론" 반발
춘천시 재발 방지 약속…국회선 저수지댐법·재난안전법 개정안 발의돼
"떠내려가면 그만이지. 수초섬하고 인명하고 어떻게 바꿀 수가 있겠어요.

정말 국민께 부끄러워서 낯을 못 들겠습니다.

"
지난 8월 6일 오후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참사가 난 것은 이날 오전 11시 34분께.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되면서 배에 타고 있던 7명이 실종됐다.

당시 이들 선박 중 일부는 의암호 수질 정화를 위해 설치된 인공수초섬을 묶는 작업 중이었다.

사고 당시 집중호우 탓에 의암댐을 비롯한 북한강 수계 댐의 방류 등으로 의암호 유속은 어느 때보다 빨랐던 점을 고려하면 '상식 밖 행동'이었다.

긴 장마로 인해 인명피해가 잇따르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주의를 환기했음에도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에 정 총리는 거듭 탄식했다.

당국은 한 달여에 걸쳐 북한강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실종자 중 1명은 사고 당일 극적으로 구조됐으나 5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1명은 끝내 찾지 못했다.

아내의 출산으로 특별 휴가 중 사고를 당한 공무원과 신망이 두터웠던 베테랑 경찰관, 사고 순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동료를 구하기 위해 뱃머리를 돌린 기간제 근로자들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찰은 '의암호 조난사고 수사전담팀'을 꾸려 사고 발생 106일 만에 춘천시 공무원 6명과 수초섬 업체 관계자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부실한 인공 수초섬의 임시 계류조치와 안전조치 미흡, 악천후·댐 방류 등 위험 상황에서 무리한 부유물 제거작업, 인공수초섬 유실 방지작업 등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여기에 책임자들의 적극적인 작업 중지 지시나 철수 명령이 없었던 점 등 업무상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쟁점이었던 '수초섬 고박 작업 지시' 여부는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으나 정황상 춘천시와 수초섬 관리 업체의 지시 또는 묵인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춘천시는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고, 결과를 끼워 맞추기 위한 무리한 결론"이라며 "블랙박스 영상, 담당 계장 문자, 공문서상 지시로 볼 수 있는 것은 없었음에도 업무 연관성만으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송치했다"고 주장했다.

춘천시 공무원은 물론 수초섬 업체 관계자까지 피의자 8명 모두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치열한 다툼이 뻔한 상황이다.

사고 이후 춘천시는 수상 안전과 관련된 분야를 살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무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청 광장 앞 정원에 사고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나무를 심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저수지·댐의 안전관리 및 재해 예방에 관한 법률'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저수지댐법 개정안에는 재해 원인에 태풍·홍수·호우·댐 방류 포함, 저수 방류에 따른 안전 관리 기준 마련, 저수의 방류 또는 붕괴 위험이 있을 때 긴급안전 조치 의무 규정, 긴급안전 조치 불이행 시 벌칙 부과 등 내용을 담았다.

특히 관리자가 저수지·댐 관리 규정을 마련할 때 태풍이나 홍수 발생에 따른 방류 시 선박 운영 등 기본적인 안전 조치 내용을 포함해 더 촘촘한 안전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재난안전법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기능에 재난 예방과 대비를 추가함으로써 재난의 모든 과정에서 대책본부가 총괄·조정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아직 국회 상임위에서조차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 의원은 "국민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하루빨리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