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KDB인프라자산운용이 수년간 준비했던 인도네시아 석탄터미널 사업 투자를 철회를 요청을 하는 등 국내 업체들의 해외 투자까지 개입하고 나섰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인프라산운용이 최근 인도네시아의 쿠타이 석탄터미널 건설 관련 투자 검토를 철회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투자 철회에는 민주당의 탄소중립위원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에서는 KDB인프라자산운용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공적 자금으로 석탄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모순적'이라며 쿠타이 터미널 건설 관련 투자에 반대하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KDB인프라자산운용이 인도네시아 동칼리만탄 쿠타이 석탄터미널 사업 투자 검토 철회를 결정했다"며 "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는 앞으로도 석탄 관련 산업 등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에 반대하며, 저지에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KDB인프라자산운용 측은 이번 투자 검토 철회 결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지는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KDB인프라자산운용 관계자는 "핵심 전략적 투자자(SI)인 대우건설 측에서 건설 수주 입찰에 참여하는 동시에 시설 관련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서는 것을 토대로 구조를 짰는데, 최근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투자 구조가 변경되면서 KDB인프라자산운용도 자연스럽게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IB업계에서는 KDB인프라자산운용의 투자 철회 결정이나, 대우건설의 투자 구조 변경 등에 정치권의 영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KDB인프라자산운용이 이번 투자에 동원하려고 했던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GIVF)에 자금을 댄 기관은 국토교통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으로 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곳"이라며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서 강조하는 탄소중립(넷제로) 정책과 배치되는 투자를 하기에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 역시 산업은행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맡기기 위해 설립한 KDB인베스트먼트"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가뜩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린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대우건설과 JD인터내셔널은 이번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 선정 참여를 위해 수년간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자금 지원 역할을 맡은 KDB인프라자산운용의 불참하고, 대우건설의 직접 투자 역시 무산되며 입찰에서 수주를 따낼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쿠타이 건설 수주 건은 석탄발전소 투자도 아니고, 엄밀하게 말하면 항만 터미널 관련 건설사업인데도 여당에서 투자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