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어려운 학생에게 무료 수련…"기죽지 말고 자신감 가지길"
[#나눔동행] 학원 빚 늘어가도 검도 무료 강습은 계속…박영진 관장
"제가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어서 금전적으로 도울 수 있는 건 별로 없어요.

하지만 검도 무료 강습은 제가 아이들을 위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는 거라서 부담 없이 시작하게 됐습니다.

"
인천 삼산미추홀검도관의 박영진(41) 관장은 작년 6월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무료로 검도 강습을 해주고 있다.

그는 부평구청에서 근무하는 지인과 식사 중 "빈곤 가정 아동을 위한 '드림스타트' 지원이 있는데 아이들의 체력 단련을 위한 프로그램이 보강되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검도 무료 강습을 자청했다.

얼마 후 초등학교 2∼6학년 학생 8명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도장을 찾아왔다.

어린아이들이지만 학원비를 내지 않고 공짜로 검도를 배운다는 걸 스스로 아는 탓인지 처음에는 쭈뼛쭈뼛하며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박 관장은 아이들이 기존 원생들과 아무런 차이 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1인당 50만원에 이르는 도복과 죽도, 호구 등 장비를 마련해줬다.

구청에서는 사연을 접하고 장비 구매 비용의 절반을 박 관장에게 지원했다.

[#나눔동행] 학원 빚 늘어가도 검도 무료 강습은 계속…박영진 관장
박 관장의 열정적인 지도에 아이들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붙었고 실력도 눈에 띄게 늘어갔다.

일부 학생은 9급부터 시작해 1년 반 만에 최근 6급으로 승급했다.

드림스타트 지원은 원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지지만, 올해 중1이 된 학생도 계속해서 무료 강습을 받고 있다.

박 관장은 "검도는 승급하는 게 쉽지 않은데 아이들이 열심히 수련한 덕분에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중학생·고등학생이 돼도 계속 지도해 2단까지 모두 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올해로 사범생활 10년, 도장 운영 5년 경력의 박 관장은 드림스타트 아동 지원 전에도 검도 무료 강습을 종종 했다.

부평구 원도심에서 도장을 운영하던 그는 경제 사정 때문에 자녀의 검도 수업을 그만두게 하려는 부모가 있으면 "아이가 검도를 좋아하니 원비를 못 내셔도 계속 보내주시면 성심껏 가르치겠다"며 설득하고 무료 강습을 이어갔다.

박 관장이 이처럼 검도 무료 강습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어려운 가정 형편이 자칫 탈선으로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창피한 얘기지만 제가 중·고등학교 때 사고를 많이 쳤는데 당시 어울렸던 친구들 보면 상대적으로 넉넉한 가정은 아니었어요.

이 친구들을 바른길로 가게 하려면 누군가는 애정어린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나눔동행] 학원 빚 늘어가도 검도 무료 강습은 계속…박영진 관장
박 관장은 작년 8명에 이어 올해도 드림스타트 아동 5명을 추가로 받으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도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며 무료 수강생을 늘리지는 못했다.

영어·수학 학원은 온라인 수업을 하며 원비를 계속 받을 수 있지만, 검도관은 그럴 수가 없어 손해가 더욱 막심한 상황이다.

2월에는 도장 주변에 확진자가 많이 나와 두 달 반 동안 도장 문을 닫았고,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따라 8월 말 2주간 휴원에 이어 이달 8일부터 또 도장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적자만 4천만원에 이르고 빚만 2천만원을 새로 끌어다 썼다.

그래도 학원을 다시 열게 되면 무료 강습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박 관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적자가 심각하지만 저만 힘든 게 아니니까 웃으면서 넘기려고 한다"며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미래가 바뀐다'가 우리 도장의 관훈인데 아이들도 기죽지 않고 자신감 있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