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련 콘텐츠까지 번져
"중국 자본 때문에 중국 콘텐츠 리메이크? 굳이…"
"'철인왕후' 제작사에 중국 자본이 들어가서 역사왜곡이 이뤄졌다."
'철인왕후' 논란에 온라인에서 불거진 의혹이다. 과연 그럴까.
한류 콘텐츠의 인기로 중국 자본이 국내에 유입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tvN 주말드라마 '철인왕후'가 '혐한' 발언을 했던 원작자의 작품을 리메이크했다는 논란이 역사왜곡 의혹까지 번지면서 "중국 자본 때문에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가 '친중'으로 가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돈을 받았으니,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이렇게 됐다"는 것.
과연 중국 자본 때문에 국내 콘텐츠 사업이 왜곡되고 있을까.
'철인왕후' 논란의 시작
'철인왕후'는 알려진 것처럼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다. 소설로 먼저 출간됐고, 중국에서 웹드라마로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현대의 남성이 과거로 돌아가 왕비가 된다는 콘셉트가 핵심이다.'철인왕후'도 이 설정 때문에 '태자비승직기'의 판권을 구입했다. 문제는 '태자비승직기'에 등장했던 "한국에 가서 성형할 뻔했잖아"라는 대사, 원작자의 전작에서 한국 비하 단어인 '빵즈'가 수백번 등장했다는 점이다. 빵즈는 '몽둥이'라는 뜻으로 "몽둥이로 때려 줄 한국놈들"이라는 의미를 갖는 대표적인 '혐한' 단어다.
여기에 방송이 시작된 후 "조선왕조실록이 지라시네"라는 발언을 비롯해 역사적 고증이 이뤄지지 않은 수라간 장면, 대본 리딩에서 공개된 "언제까지 종묘제례악에 맞춰 춤을 추게 할 거야" 등의 대사는 문화유산 비하와 역사 왜곡 논란까지 불을 지폈다.
'철인왕후' 원작 판권은…
'철인왕후'는 YG스튜디오 플렉스 외에 스튜디오드래곤, 크레이브웍스가 공동제작한다. 문제가 된 '철인왕후' 원작 판권은 크레이브웍스가 구매했다. YG스튜디오 플렉스의 중국 자본과 원작 구매의 상관 관계는 없었던 것.
YG스튜디오 플렉스에 투자한 상하이펑잉 동영상 플랫폼 텐센트가 투자한 중국 1위 온라인 티켓팅 업체 웨잉이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다. 상하이펑잉은 YG스튜디오 플렉스의 모회사인 YG엔터테인먼트에도 지난 2016년부터 투자했고, 올해 9월과 10월, 블랙핑크의 신곡 인기에 힘입어 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상종가를 치자 지분 2.3%를 매각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다. 한 달 반에 걸친 대량 매도로 8.09%에 달하던 상하이펑잉의 보유 지분은 5.77%로 줄었다.
텐센트 역시 YG엔터테인먼트의 지분 4.37%를 보유했다. 텐센트와 상하이펑잉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공연 티켓 판매,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생방송 광고 등을 통한 수익분배 효과를 노리고 투자했지만, 한한령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해외 투어까지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자본을 회수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단순한 지분 관계만 보고 제기된 의혹에 제작 관계자들은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맞지만 너무 어이없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중국 자본 때문에 중국 눈치 보기? "글쎄"
지난달 30일 패션N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 '풀하우스'를 중국에서 리메이크한 '중하만천심:풀하우스'가 공개됐고, 국내 OTT 플랫폼인 티빙, 웨이브 등에서 중국 드라마는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오는 28일 카카오TV에서는 중국 드라마 '치아문단순적소미호'을 리메이크한 '아름다웠던 우리에게'가 첫방송된다. 김요한과 소주연, 여회현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는 상황이다.
몇몇 관계자들은 "중국 드라마 중 재밌는 작품을 찾아 리메이크를 진행하려 했지만, 한한령에 막혀 실현되지 못했다"며 "그게 불과 1, 2년 전 얘기"라고 토로했다.
때문에 '철인왕후' 논란은 '중국 자본'이 아닌 "제작진의 세심함이 부족했던 문제"라는게 드라마 산업 안팎의 지적이다. "픽션이다'고 하면서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부주의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철인왕후'의 유머 코드는 최근의 시대적인 변화와 사회적인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우리 역사, 문화유산을 소재로 할 때 신중하지 못할 경우 어김없이 논란이 불거진다는 사례가 여럿있었지만 '철인왕후'는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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