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장관에 뎁 할랜드 하원의원
244년 만에 첫 원주민 출신 내정
환경청장도 최초로 흑인 지명
여성·유색인종, 트럼프 때의 2~3배
일각선 "능력보다 다양성 우선"
상원 인준서 '혹독한 검증' 예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17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내무장관에 뉴멕시코주 연방 하원의원인 뎁 할랜드(69)를, 환경보호청(EPA) 청장에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장관인 마이클 리건(44)을 내정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할랜드 의원은 원주민 출신 여성이다.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 건국 244년 만에 첫 원주민 출신 연방정부 장관이 탄생하게 된다. NYT는 “내무부는 미국 역사의 많은 기간에 원주민 공동체를 폭력적으로 대하고 한쪽 해안에서 다른 쪽 해안으로 분산시키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런 내무부에 원주민 출신 장관이 나오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리건 내정자도 상원 인준을 받으면 EPA 50년 역사상 첫 흑인 청장이 된다. EPA는 기후변화, 친환경 에너지 등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 공약 이행을 이끌 기관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초대 내각 땐 여성과 유색인종이 각각 4명에 그쳤다. 트럼프 초대 내각에 비해 바이든 내각은 여성은 2배, 유색인종은 거의 3배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내각(여성 8명, 유색인종 10명)보다도 더 다양성이 커진 것이다.
아직까지 법무·상무·노동·교육장관과 중소기업청장 인선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바이든 내각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다양성이 뚜렷할 게 확실시된다. 실제 재닛 옐런 재무장관 내정자는 첫 여성 재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내정자는 첫 흑인 국방장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내정자는 첫 성소수자 장관 후보자다. 대만계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첫 유색인종 통상 수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는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흑인, 원주민, 아시아인, 여성, 성소수자 등 각 집단이 서로 ‘지분’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능력과 자격 요건 등은 뒷전으로 밀리는 ‘정체성 정치’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인 하비에르 베세라가 내정된 데 대해 히스패닉계라는 점과 진보 인사라는 점이 인선에 영향을 미쳤다며 “진보세력은 열광하지만 베세라의 시각과 보건 분야 경험 부족은 혹독한 검증을 초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첫 흑인 국방장관에 내정된 오스틴 전 중부군사령관도 논란이다. 오스틴은 흑인 의원들이 ‘흑인 국방장관’ 지명을 요구하면서 천거한 인물이다. 하지만 전역한 지 4년밖에 안 돼 미국의 ‘문민통제’ 전통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는다. 군 출신이 국방장관이 되려면 전역한 지 7년 이상이 지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의회가 특별 예외를 인정해야 하는데, 공화당의 다수당 수성이 유력한 상원이 그렇게 해줄지 불확실하다는 전망이 많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