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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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1~10등급으로 나뉜 개인 신용등급제가 1~1000점의 신용점수제로 바뀌면서 신용점수에 반영되는 평가항목도 대폭 개편된다. 일시에 카드 결제액이 늘거나 연체하면 신용점수가 더욱 큰 폭으로 떨어진다. 통신요금·건강보험 납부 정보도 신용점수에 반영돼 금융소비자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신요금 연체하면 신용점수 치명적

개인 신용평가회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올크레딧)와 나이스평가정보는 최근 개인신용점수에 반영하는 평가항목을 공개했다. 내년부터 신용등급제가 신용점수제로 바뀌는 데 맞춰 신용평가체계를 대폭 개편한 것이다. 6등급 하단과 7등급 상단은 실제 신용에서 별 차이가 없지만 7등급 상단 차주가 한도와 금리에서 과도하게 불이익을 보는 ‘문턱 효과’를 없애자는 취지다. 이 같은 신용점수제는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을 비롯해 전 금융권이 참고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신용점수제 도입과 함께 신용평가항목도 대폭 개편된다. 눈에 띄는 건 ‘비금융’ 항목이 신설된 것이다. KCB는 전체 신용점수의 8% 비중으로 비금융 항목을 만들었다. 비금융이란 통신요금과 건강보험 등이다.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납부하면 기존 금융이력이 없어도 신용점수를 잘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대출을 제때 상환했더라도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연체하면 신용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

신용점수에서 또 하나 중요해진 것은 ‘카드 소비 패턴’이다. KCB는 카드 소비패턴을 포함한 신용거래형태(33%→38%) 비중을 크게 늘렸다. 나이스평가정보도 신용형태의 비중을 25.8%에서 29.7%로 조정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만 반영됐지만 앞으로는 체크카드 소비패턴도 신용점수에 반영된다. 신용·체크카드를 무리 없이 적정 수준에서 쓰고 있는지 더 비중 있게 보겠다는 의미다. 일시에 카드 결제액이 늘었다가 연체되면 신용점수에도 치명적이다.

남은 대출액 줄일수록 신용점수 상승

남은 대출잔액이 얼마인지도 더욱 중요해진다. 예컨대 지금은 업권(1금융, 2금융)과 대출상품 종류(신용대출, 신차 할부 등), 금액(3000만원 기준) 정도만 신용평가에 반영됐다. 내년부터는 대출 상환 비중과 기존 대출의 금리 구간도 신용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대출 상환 이력은 신용점수에 반영되는 비중이 내려간다. 나이스평가정보는 ‘현재 연체 및 과거 채무 상환이력’을 40.3%에서 30.6%로 10%포인트 가까이 낮췄다. KCB도 24.0%에서 21.0%로 하향 조정했다. 과거에 비해 개인 신용대출 연체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신용거래기간(15%→9%)도 비중이 내려간다.

본인의 신용점수가 상위 몇 퍼센트인지도 중요해진다. 예컨대 신용점수가 900점에서 950점으로 올라갔더라도 상위 10%에서 20%로 떨어진다면 대출 심사를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KCB는 기존의 4등급 이하 차주에게 개인 신용점수 하위 50%를 적용할 계획이다. 5등급 이하는 40%, 6등급 이하는 30%, 7등급 이하는 하위 10%를 각각 적용할 계획이다.

개인 신평사들은 이런 신용점수제를 오는 29일부터 전 금융권에 도입하기로 했다. 은행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950점이라고 해서 과거 1등급 수준의 금리를 그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상위 몇 퍼센트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