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구 절벽이 가속화하고 있어요.

머지않은 미래 인재를 찾아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미국 내 한국학교에서 키워낸 인재가 대체될 날이 올 것입니다.

"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김선미 총회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에 있는 한국학교를 지원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방한한 김 총회장은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내 구석구석 한국학교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라면서 "한국학교는 한국의 얼과 정신을 미국에 사는 한인 후세에게 전하는 배움터이자 구심점"이라고 말했다.

2∼3세들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키워주는 곳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1981년 창립된 NAKS는 미국 내 14개 지역협의회 산하 850개 한국학교를 둔 비영리 단체다.

교사 7천여 명이 학생 5만여 명을 가르치고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올바른 정체성 함양과 뿌리 교육을 위해 자원봉사로 활동한다.

창립 당시에는 40여 개 학교(교사 100여 명, 학생 500여 명)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한글학교'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

부모와 자식, 친인척 간 한국어로 대화하기가 어렵던 시절 한글을 가르쳐야 할 필요성에서 한인교회들이 나서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학교를 열었다.

"여전히 교회를 주축으로 한국학교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금은 지역의 한인사회 요구에 따라 생긴 경우가 많아졌어요.

한글뿐만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 미술, 태권도, 사물놀이, 종이접기 등 전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
NAKS는 지난해 '한글학교'라고 하면 한글만 가르치는 곳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명칭을 '한국학교'로 불러달라고 한국 정부에 건의했다.

한국학교는 졸업장은 주지만, 증명이나 인정을 해주지 않기에 그동안 소외됐던 것이 사실이다.

오직 교사들의 열정과 봉사에만 의지하며 힘겹게 명맥을 이어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 내 유명 대학에 입학할 때 한국학교를 졸업했다는 사실을 당당히 말한다고 한다.

자기 정체성을 모르는 사람은 대접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미국에 확산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한 사람이 가진 장점이 지역과 나라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에 잣대로 두고 있어요.

한국어를 잘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죠. 이런 영향으로 학부모들이 예전보다 많이 한국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
NAKS는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한국어 모의고사를 개발했다.

시험을 치르기 전 한국학교 시스템을 활용해 모의고사를 진행하는데, 갈수록 응시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재외동포재단은 한민족 정체성 확립 등 한국학교의 필요성에 공감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현지화한 교육자료를 개발하거나 교사 연수와 강사 파견, 매년 열리는 학술대회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학교의 역할에 비해 재미동포 사회의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도 미흡합니다.

재미동포 사회와 한국 정부에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합니다.

"
NAKS는 40주년을 기념해 역사와 차세대가 바라보는 한국학교의 미래상이 담길 'NAKS의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제목의 책 발간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6월에는 온라인에서 한국어 세계화를 위한 '코리안 스펠링비' 행사도 마련한다.

이어 7월 15∼17일 필라델피아에서 개최할 예정인 학술대회는 창립 40주년 행사로 꾸며진다.

특히 종이문화재단(이사장 노영혜)과 함께 'K-종이접기 작품대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노 이사장은 NAKS 한국 후원회장을 맡아 활동한 바 있다.

"'잘한다' '잘하고 있어'라는 격려와 응원이 교사들에게 힘이 됩니다.

또 한국학교 인식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재정 지원을 위한 고국 정부의 정책과 제도도 마련됐으면 합니다.

"
그는 NAKS 사무총장과 수준별 역사 문화 교육자료개발위원회 위원장, 회원자격심사위원장 등을 지냈고, 8월 14개 지역협의회 회장을 대표하는 총회장에 올랐다.

서울 출신으로,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미시간주에 정착했다.

가톨릭계 종합대학인 디트로이트 자선대학에서 한국어·한국 역사·문화 강사로 근무하면서 디트로이트 세종한국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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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