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열도 태생 일본인으로 간주" 미 발표에 러 "레드라인 넘지 말라"

러시아가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를 두고 미국과 충돌했다.

미국 국무부가 자체 문서를 통해 남쿠릴열도 4개 섬에서 태어난 러시아인들을 일본 국적자로 간주한다고 밝히자, 러시아가 한계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앞서 추첨을 통해 자국 영주권을 발급하는 복권식 이민 프로그램인 '다양성 이민비자'(Diversity Visa·일명 그린카드 로또) 안내문에서 "하보마이, 시코탄, 쿠나시르, 이투루프 등(남쿠릴열도 4개섬)에서 태어난 사람은 일본인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현재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남쿠릴열도 태생 러시아인들을 일본 국적자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으로 여기엔 남쿠릴열도를 일본 영토로 간주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러시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텔레그램 공식 계정을 통해 "1945년의 결정(제2차 세계대전 종전 결정)으로 쿠릴 섬들은 소련으로 넘어갔다"면서 "지금 미 국무부는 2차 대전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일본의) 실지 회복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신들의 경계와 레드라인(한계선)을 알아야 한다"면서 러시아와 일본 간 문제에 미국은 참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이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열도를 통제 중인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2차 대전 종전 후 전승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면서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남쿠릴열도들은 러시아 사할린주가 관할하고 있다.

러-일 분쟁 '쿠릴열도' 영유권 문제 두고 러시아-미국 충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