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술관 소장…국내서 16개월 작업거쳐 조선말기 12폭 본모습 되찾아
국립고궁박물관·국외소재문화재재단, 내달 10일까지 특별전
보존처리 마치고 미국 돌아갈 우리 금박병풍 '해학반도도' 공개
넘실대는 파도와 대나무, 소나무로 꾸며진 선경(仙境) 속에서 백학(白鶴) 여섯 마리가 노닐고 있다.

복숭아나무에는 유난히 탐스럽고 큰 열매가 달려 있다.

하늘에는 상서로운 푸른 구름과 선명한 붉은빛의 해가 떠 있고, 그림의 배경 전반은 3×3cm 크기의 금박 수백개로 치장돼 있다.

이 그림은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우리나라 병풍 '해학반도도'(海鶴蟠桃圖)다.

해학반도도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도(十長生圖)의 소재 중 바다(海), 학(鶴)과 복숭아(蟠桃)를 강조해 그린 그림을 말한다.

조선 말기에 궁중에서 유행해 왕세자의 혼례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위해 여러 점 제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에 있는 두 점을 포함해 10여점이 전해진다.

데이턴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가 국내에서 복원작업을 끝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보존처리를 마친 해학반도도를 특별전 '해학반도도, 다시 날아오른 학'을 통해 오는 4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선보인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해학반도도는 병풍 전체 크기가 가로 780㎝, 세로 244.5㎝에 달한다.

그림의 크기만도 가로 720.5㎝, 세로 210㎝다.

지난 2006∼2007년 국내에서 보존처리 후 돌아간 미국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 소장 해학반도도(병풍 크기 가로 7m, 세로 2.7m)보다도 더 크다.

제작 시기는 19세기 말∼20세기 초로 추정된다.

이 작품은 미국인 찰스 굿리치가 1920년대 자신의 서재를 꾸미기 위해 구매했고, 그의 사후인 1941년 조카가 데이턴미술관에 기증했다.

굿리치가 이 그림을 어디에서 입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미술관이 입수했을 당시에는 금박으로 인해 일본 회화로 알려졌고, 1958년 한 미술사학자가 16∼17세기 중국 작품으로 재정의하며 한동안은 중국 그림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다 2017년 이도 미사토(井戶美里)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 교수와 김수진 미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연구원(현 성균관대 초빙교수)이 현지 조사를 진행해 한국 작품으로 분류했다.

작품의 크기, 바탕으로 비단을 사용한 점, 십장생 주제, 12폭 병풍 형식이란 점이 그 이유였다.

김수진 초빙교수는 "우리나라 회화유물 중 금박을 배경 전반에 붙여 대형 병풍으로 제작한 작품은 지금까지 호놀룰루아카데미미술관과 데이턴미술관이 소장한 두 점만 전한다"고 밝혔다.

보존처리 마치고 미국 돌아갈 우리 금박병풍 '해학반도도' 공개
2017년 당시 작품은 전체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금박은 떨어져 나가거나 얼룩졌고, 균열이 생겨 갈라지거나 들떠 찢긴 부분도 있었다.

12폭을 6폭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림 뒤쪽에 배접지를 덧대기도 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해 6월 데이턴미술관과 해학반도도 보존처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하고, 7월 1일 그림을 국내에 들여왔으며, 이후 약 16개월간 복원작업을 진행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해학반도도는 본래 12폭이었으나 1920년대에 미국으로 가면서 여섯 개의 판 형태로 변형됐다.

하지만 문화재청과 한국조폐공사 후원으로 약 16개월간 보존처리 작업을 끝마치고 12폭의 본모습을 되찾았다"고 설명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해학반도도를 집중해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 전시공간을 마련하고, 영상자료를 통해 병풍의 세부와 보존처리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관람객에게는 해학반도도 속 복숭아를 닮은 빵을, 수능 수험표를 지참한 수험생에게는 해학반도도로 디자인한 서류철을 증정한다.

아울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소장기관 관계자, 우리나라와 일본의 회화 전문가, 보존처리 담당 전문가의 작품 해석, 미술사적 의의, 보존처리 과정 등을 담은 영상을 오는 25일까지 재단 유튜브 계정(https://www.youtube.com/user/okchf)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보존처리 마치고 미국 돌아갈 우리 금박병풍 '해학반도도' 공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부터 총 8개국 23개 기관을 대상으로 43건의 국외 문화재 보존·복원과 활용 사업을 지원해왔으며, 국립고궁박물관은 2015년부터 보존처리를 완료한 우리 문화재가 국외로 돌아가기에 앞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