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일상 담은 책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서로 닮아서 부부가 된 걸까, 부부로 살다 보니 닮게 된 걸까.

가수 오지은과 성진환 부부는 비슷한 구석이 아주 많다.

1981년생 동갑내기인 부부는 모두 걸출한 뮤지션이고 동물을 사랑한다.

허례허식을 싫어하고 여자와 남자가 평등하다고 믿는 페미니스트다.

그런데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결혼에 대한 '환상'은 더더욱 없었다는 점까지 닮아서 이 부부가 사는 모습이 궁금해진다.

◇ "써놓고 보니 책 주제는 '무엇 하나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더라"
함께 산 지 10년, 결혼한 지는 7년이 된 오지은과 성진환이 가족 일기 같은 책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을 펴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부부 꽤 평범한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 같다.

이들은 반려견 흑당이와 한집에서 살면서 같이 밥을 먹고 산책도 하고 때로는 여행을 떠난다.

최근에는 반려묘 꼬마에게도 '간택'돼 식구로 맞았다.

그러나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인 요즘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일상이 '환상' 같은 삶일지 모른다.

오지은은 최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행복해지고 싶은 두 사람이 만나 결혼하고 반려견을 만나면서 느끼고 경험한 여러 감정을 만화와 글로 엮었다"고 책을 소개했다.

"처음엔 우리가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내용의 만화와 글이 남에게도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고 자신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이요.

하지만 올해 들어 이런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
성진환은 "행복을 확신하는 이야기가 아닌,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말했다.

'괜찮지 않을까, 우리가 함께라면' 출간은 성진환이 소셜미디어에 만화를 게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마음이 약해졌던 시기에 자신의 일상을 그려 올리곤 했는데 지인과 팬들 사이에서 제법 반응이 좋았다.

이후 출판사 측이 출간 제의를 했고, 여기에 오지은이 글을 더해 책을 만들기로 했다.

성진환은 책을 구상하며 만화 에피소드를 쭉 다시 훑으니 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느껴졌다고 했다.

모든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게 저와 오지은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아요.

어젯밤 별을 보며 느낀 기쁨도, 오늘 아침 흑당이의 신나는 꼬리도, 방금 먹은 완벽하게 끓인 라면도, 이 사람과 웃으며 함께 있는 것도 당연하지 않다고 매일 생각해요.

"
오지은 역시 "책을 내놓고 보니 주제는 '무엇 하나 당연하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공감했다.

◇ "우연히 찾은 최고의 '룸메이트'…오래 잘 지내고 싶어"
성진환의 만화가 소소한 일상의 기쁨과 고민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면 오지은의 글에서는 좀 더 깊은 속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결혼식, 페미니즘, 사랑, 아이, 행복, 영원 등에 관한 생각을 담담한 어투로 풀어놓는다.

특히 '페미니스트 부부'와 '우리의 규칙' 파트를 보면 어떻게 이 커플이 10년째 관계를 지킬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두 사람은 전통적인 남녀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산다.

효도도 각자 돈도 각자 벌지만, 재밌는 일만큼은 같이한다.

오지은은 남편과 "(페미니즘 관련) 사회적 이슈,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 얘기를 많이 나눈다"며 "아마 내가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네가 과민한 것 같은데?' 같은 반응을 한다면 굉장히 외로워졌을 것 같다"고 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가졌을지라도 충돌로 이어지진 않는다.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존중하기,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정리된 언어로 말하기 등 몇 가지 '룰'을 정했다.

"'이상하다'는 '내가 정상이길 바란다'는 뜻이고, '이해가 안 된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싫다'는 뜻인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저 말을 안 쓰려고 해요.

어떤 관계를 잘 지키고 싶다면 다른 취향을 존중할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성진환)
그는 '아티스트 오지은'의 팬이기 때문에 "그녀의 예술성을 헤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싱어송라이터인 오지은은 예민한 감성을 토대로 쓴 솔직하면서도 거친 가사로 유명하다.

성진환은 "결혼 생활 때문에 무뎌진다고 생각하면 내가 나를 용서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지은의 창작물을 대할 때 예나 지금이나 '동료로서의 존중', 또 '팬으로서의 존경'이 먼저인 것 같아요.

'내 가족의 성취'가 아니라요.

"
우연히 찾은 최고의 '룸메이트'에게 미움받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잘 지내고 싶다는 이 부부. 이들의 관계를 지켜주는 건 '결혼'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허약한 제도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과 사랑의 실천이다.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 힘들고 고독한 레이스에서 물을 건네주고, 격려해주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함께 뛰는 파트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지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