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아동학대 예방의 날…"상호 이해가 학대 해결 첫걸음"
학대피해아동 멘토된 '굿닥터'…"아이들이 때로는 선생님"
"아이들의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지만, 때로는 아이들이 제 선생님인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의 학대피해 아동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을 멘토링 하는 홍성휘(36)씨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봉사 차원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아이들에게서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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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모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는 그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3명의 학대 피해 아동과 관계를 맺었다.

홍씨는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5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피해 아동에게 영어공부를 가르쳐 줄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고 멘토링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어른에게 학대를 당한 아이들과 관계를 맺기는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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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아이들의 마음의 문이 열릴 때까지 홍씨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때로는 영어 선생님 역할을 넘어서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6년 만난 김모군은 지금까지도 홍씨와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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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 역시 처음에는 홍씨를 경계했다.

약속 시간에 늦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학교 자율학습 시간을 빼먹으려 멘토링 약속을 잡은 뒤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홍씨는 김군에게 자신의 진심이 전달될 때까지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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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일이라도 김군이 약속을 지키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씨는 "어른과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바람직한 성인의 역할 모델을 김군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자 김군도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김군은 홍씨에게 영어학습뿐만 아니라 진로탐색에 관한 조언도 구했다.

홍씨는 요리사, 국어교사, 치과의사 등 김군이 관심을 보이는 직업에 종사 중인 사람들을 소개해주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1년간의 멘토링이 끝난 후에도 홍씨와 김군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군은 이후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고, 현재는 군 복무를 앞두고 있다.

김군은 홍씨를 만나고 난 후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사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며 "원래는 꿈이 딱히 없었는데, 멘토링을 시작하고 난 후 여러 개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은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홍씨는 최근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들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학대가 발생하는 맥락과 상황이 달라 하나의 잣대로 모든 사건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 아이와 어른 모두 자신을 되돌아보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게 문제해결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대피해아동 멘토된 '굿닥터'…"아이들이 때로는 선생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