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처음 터진 올 상반기에는 연말까지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기업 실적의 저점이 2분기가 아니라 3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하반기 들어 실적이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5% 늘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31.2%, 16.9% 감소했는데 반전된 것이다.

일부에서는 ‘불황형 흑자’라는 의견도 나온다.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매출은 2.5% 감소한 게 이런 주장의 근거다. 그러나 증권가 전문가들은 그보다 “대세 회복이 시작됐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 기업의 수출이 회복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염두에 두고 글로벌 경제가 점차 정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제외해도 영업이익 15% 증가

상장사 영업익, 삼성전자 빼고도 15% 늘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590곳의 올 3분기 실적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봐도 전년 동기 대비 늘었다. 매출은 436조1005억원으로 이 기간 3.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4조943억원으로 15.7% 증가했다. 순이익도 16조2678억원으로 42.1% 늘었다.

증권가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올린 종목이 많았다. 3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은 176개인데, 이 가운데 112개가 컨센서스를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들 176개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6조1029억원이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11.0% 많은 40조770억원이었다.

이 같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실적 회복은 글로벌 주요국과 비교해도 우수하다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덕분에 코스피지수는 올 하반기 초부터 이날까지 20.74% 올랐다. 같은 기간(미국과 유럽은 전날 종가까지) 미국 S&P500지수(16.43%), 닛케이225지수(15.43%), 상하이종합지수(12.15%), 유로스톡스50지수(7.20%) 등과 비교해 상승률이 높다.

중후장대 업종도 실적 호전

업종별로 보면 상반기에 부진했던 중후장대, 경기 민감 분야 기업의 실적 개선이 눈에 띄었다. 2분기에 263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전기가스업은 올 3분기에 2조73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1.4%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홀딩스가 106.2% 늘어난 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증가율에서 가장 앞섰고 한국전력도 88.2% 증가한 2조3322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 실적이 양호했던 분야의 개선 추세가 하반기에 이어지고 있는 것도 전체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전기전자업종은 15조81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이 기간 67.3% 증가했다. 이 밖에 SK하이닉스(175.0%), 삼성SDI(61.1%), LG전자(22.7%) 등 주요 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내년까지 회복세 이어질 것”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민감 업종 실적이 상반기에 워낙 안 좋았다가 최근 회복되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세가 4분기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4분기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209개 기업의 이 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 32조3897억원에서 최근 34조4970억원으로 증가했다.

양병훈/최예린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