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광현 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수석대표는 17일 발간된 '다시 유엔사를 논하다'(굿프렌드 정우 刊)란 제목의 저서를 통해 "미국은 유엔사가 단순히 전력을 제공해 주는 '전투지원사령부'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사시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전력의 일부를 예하 구성군사령부의 작전지휘 하에 두고 필요시 별도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독립 전투사령부'로서의 역할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장 전 수석대표는 "미국은 버웰 벨 전 사령관이 '유엔사가 전시 지휘조직을 필요로 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을 한 이후 현재까지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와 관련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 및 유엔 지원전력에 대한 작전지휘권 보유를 주장하는 배경 및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군정위 수석대표를 지낸 그의 이런 분석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의 최근 발언과 궤를 달리한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작년 10월 육군본부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이 개최한 포럼 기조 강연에서 "유엔사를 어떤 작전사령부로 탈바꿈하려는 비밀계획 따위는 없다"며 "그것은 '페이크 뉴스'(fake-news·가짜뉴스)"라고 밝힌 바 있다.
장 전 수석대표는 "한국군의 내부 분위기는 유사시 단일작전전구(戰區) 내에 두 개의 전투사령부(미래연합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가 존재할 경우 지휘 혼선이나 우군 간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사의 전시지휘조직 보유를 반대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 중심의 단일지휘체계가 침해받거나 약화하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유사시 유엔사가 한국작전전구(KTO) 내에서 미래연합사의 지휘 범위를 벗어난 상태에서 별도의 특수작전을 수행하는 것 자체가 지휘의 단일화 및 작전수행 혼선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사가 전시에 지휘조직을 가진 전투사령부를 지향하는 것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이로 인해 상호 의견이 충돌된 적은 없지만, 전작권 환수를 앞둔 한국으로서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장 전 수석대표는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능력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동아시아의 안보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증대될 경우 중국에 대한 견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입장"이라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엔사가 그 역할을 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입장에서는 (유엔사 역할 확대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통해 동북아 및 동아시아 어느 지역이든 즉각적이고 자유로운 전력 투사가 가능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연계 고리를 지속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작년 10월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장 전 수석대표는 미국이 유엔사 재활성화 작업의 하나로 유엔사 회원국의 한미연합연습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전작권 전환 이후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은 한국군이 회원국들에 연합C4I시스템에 탑재된 연합작전계획과 부록 문서에 대한 접근 권한과 정보 공유 범위를 보다 확대해주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사 역할 확대에 우려를 표명한 한국 국방부는 2015년 6월 유엔사의 중장기 단계별 전략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성격의 '유엔사 파트너십'을 수립해 유엔사에 통보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 문서에는 "재활성화된 유엔사는 한반도 통일 여건 조성에 기여하고, 북한의 도발과 침략을 억제하는 동맹의 노력을 지원하며,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미래연합사를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한다는 전평시 유엔사 본연의 기능을 재차 강조하는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장 전 수석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이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유엔사 재활성화에 대한 공감보다는 의구심 내지는 경계심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유엔사가 '평시 정전관리' 및 '유사시 전력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주길 바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