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5세대 3D 낸드'/사진제공=마이크론
마이크론 '5세대 3D 낸드'/사진제공=마이크론
메모리 업계에서 낸드플래시 적층(단) 경쟁이 불붙고 있는 가운데 세계 3위 메모리 제조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출시했다.

9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5세대 3D 낸드'라 명명한 17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업계 최초로 양산해 고객사에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5세대 3D 낸드는 기존 96단 낸드보다 적층 수를 40% 증가시켜 다이(Die) 크기를 30% 줄이고, 쓰기 및 읽기 시간 지연도 35% 감소시켰다. 원 데이터(Raw data) 전송률도 33% 향상됐다.

마이크론은 176단을 단일 칩세트로 구성했다. 88단 칩을 이중으로 쌓는 것보다 더 까다로운 방법으로 알려졌다. 더 많은 층을 쌓을수록 균일한 구조를 쌓기 어려워서다. 마이크론은 이와 함께 "현재 주력인 3D 낸드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읽고, 쓰고, 지울 수 있는 2세대 RG(Replacement Gate)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 5세대 3D 낸드는 마이크론 싱가포르 팹에서 양산돼 고객사에 출하된다. 마이크론 관계자는 "향후 모바일 기기 저장공간, 자동차용 전자장비,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도 176단 낸드플래시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이번에 공개한 5세대 3D 낸드 이전 최대 단수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128단이었다. SK하이닉스 역시 128단 낸드를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128단보다 높은 낸드를 준비 중에 있다.

삼성전자는 '더블 스택'을 최초로 적용한 차세대 낸드플래시인 7세대 V낸드를 평택 사업장 P2 생산라인 등에서 내년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회로에 전류가 흐르는 구멍을 한 번에 뚫는 싱글 스택 기술을 적용해왔지만, 단수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두 번에 나눠 찍는 더블 스택을 사용하기로 했다. 업계는 7세대 V낸드가 160단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전화회의(컨퍼런스 콜)에서 "7세대 V낸드에 더블 스택 기술을 처음 적용할 예정"이라며 "싱글 스택에서 쌓았던 업계 선도의 셀 에칭 기술을 최대한 적용해 지속적인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176단 4차원(4D) 낸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생산 시점은 미정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10조3100억원에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한 인텔의 144단 낸드로 신제품 출시 공백을 메울 계획이다.

인텔의 144단 낸드는 전하를 도체에 저장하는 인텔의 '플로팅게이트' 기술로 개발됐다. SK하이닉스가 적용하고 있는 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하는 CTF 방식과는 다른 기술이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오히려 SK하이닉스의 제품군과 다른 기술로 만들어진 인텔의 낸드로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플로팅게이트의 인텔과 SK하이닉스는 제품군이 겹치지 않는다"며 "인텔의 144단 낸드와 SK하이닉스의 176단 4D 낸드는 당분간 독립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