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낙선'에 실망했나…北, 美 대선 결과에 이틀째 침묵
북한이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지 이틀째인 9일 오전 8시 현재까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소식이 한국시간으로 전날 새벽 전해졌지만,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 매체들은 물론 '우리민족끼리' 같은 대외선전용 매체들도 침묵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 역시 별다른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김정은은 지난달 21일 중국인민지원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 소재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참배한 이후 19일째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혁명 보위의 최전방'이 농업이라며 쌀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론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80일 전투' 등 내부 동정을 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외부세계 관련 뉴스는 코로나19 관련 동향과 조류인플루엔자나 열대성 폭풍 피해 등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김정은이 첫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친분을 쌓은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이 썩 달갑지 않을 뿐 아니라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채 소송전을 불사하겠다고 호언하고 있는 만큼 결과를 좀 더 지켜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신속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빨랐던 사례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8년으로 당시 당선 결과 확정 이틀 만에 "공화당 후보인 상원의원 매케인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보도함으로써 내심 오바마의 승리를 바랐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1기 집권 기간 북한과 대화를 무시한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편 사실을 의식한 듯 2012년 재선 때에는 사흘 만에 논평 없이 사실만 전달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당선됐을 때는 이틀 만에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했지만, 아예 당선자 이름조차 보도하지 않은 채 '새 행정부'라고만 표현했다.

대신 당시 노동신문은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도에 집권할 새 행정부에 주체의 핵 강국과 상대해야 할 더 어려운 부담을 씌워놓았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새 행정부도 압박했다.

과거 보도 전례로 미뤄 북한이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어떤 방식과 어떤 시각에서 보도할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각별한 케미(궁합)를 자랑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한 만큼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서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복 선언이 나올 때까지 대선 결과에 침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