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경영 질서를 교란한 근로자에게 주는 불이익 조치인 징계 가운데 상당수는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판결한다. ‘징계 사유’나 징계의 정도를 의미하는 ‘양정’에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부당 징계다. 하지만 절차에 문제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실제 노동위원회에서 부당 징계로 판정 나는 사건의 상당수가 바로 이 ‘절차 위반’인 경우다.
"절차 어긴 징계도 부당징계"…징계 절차 ABC 아십니까
징계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판단해 볼 수 있는 기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 연구보고서가 나와 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한국노동법학회에 위탁 연구하고 지난해 11월 내놓은 ≪징계 사유, 양정과 절차에 관한 연구≫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교수가 연구책임자다. 정부가 수행하는 정책연구용역보고서를 수록한 ‘온-나라 정책연구’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절차를 위반한 징계도 부당 징계

이 보고서는 징계권의 법적 성격에서 시작해 △징계 사유 △징계 양정 △징계 절차에 이르기까지 징계의 정당성 판단기준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인사 노무 담당 최고경영자들이 눈여겨 볼만한 사안은 그 중에서도 ‘징계 절차의 정당성 판단 기준’이다. 절차 위반은 사전에 주의를 기울이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 절차가 적법한지 알아보자면 세 가지 측면을 살펴보면 된다. 먼저 징계 절차 규정이 회사 규정에 마련돼 있는지를 봐야 한다.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징계 절차가 있는지, 있다면 유효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징계절차가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다면 어느 것을 적용했는지도 따져봐야 안다. 원칙적으로 취업규칙보다는 단체협약이 상위의 규범이기 때문에 단체협약이 우선 적용된다.

절차의 정당성 판단 때 고려사항은...

다음으로는 징계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징계 대상자에게) 사전 통지를 했는지 △징계위원회를 구성 절차도 지켰는지(노동조합 참여권 보장 등, 징계위원회 정원 등) △징계 심의·의결이 (징계위원회에) 부의된 내용에 대해서만 이뤄졌는지 △재심 절차를 거쳤는지 △징계 시효가 지나지 않은 것인지도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절차상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볼 만한 사정이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들 고려사항에 비추어 문제가 없다면 일단 절차 위반의 문제는 상당한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자가 징계권을 행사하는 경우 실체적 정당성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도 중요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핵심 요지다. 판단 기준이나 법리가 잘 정리돼 있어서 업무를 하는 실무자들은 정독해 볼 만 하다. 이 분야를 책임지는 최고경영진도 이 보고서 제5장에 소개된 ‘징계 절차 판단 시 고려사항’은 징계가 적법절차를 준수했는지 판단할 때 체크리스트로 활용 가능하다.

최종석 전문위원/좋은일터연구소장 js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