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최소 400억원어치 수출…한국 화훼농가도 직거래 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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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상업 건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알스미어 경매장은 세계 제1의 화훼 도매시장이다.
1일 평균 2천500만∼3천만개가 유통되고, 추수 감사절이나 성탄절 등이 있는 특별한 날에는 1억5천만개의 꽃이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꽃의 70% 정도라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인장 등 화훼를 수출할 때 이 경매장에 비용을 지불하고 네덜란드 업체의 이름을 빌려 사용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당당히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의 이름을 달고 우리 꽃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루마니아 동포 김인숙(62) 로열플로라코리아(RFK) 회장의 노력 덕분이다.
그는 알스미어 경매장으로부터 3년전 납품권('K Insook 인숙 96178')을 취득한 후 시험 경매 등을 거치는 등 여러 준비 끝에 마침내 다음 주 첫 선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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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이 고국에서 선택한 아이템은 한국에서는 골칫거리지만 꽃시장에서는 귀한 소재다.
앞으로 칡넝쿨, 밤송이 등도 유통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경매장에는 거의 없는, 외국에서는 귀하기 어려운 소재를 찾아 수출할 것"이라며 "지금 연말까지 수출 물량은 꽉 찼고, 그 금액은 최소 3천만 유로(401억원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세계 유통 기준에 맞춰 포장과 품질을 확인하면서 시범 수출을 진행했어요.
규격에 맞는 화훼 품질도 향상했고요.
내년부터는 공격적으로 수출할 것입니다.
"
그는 한국 차세대 화훼시장의 통로를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개척하기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꼭 필요한 농가에 수출 품목과 관련한 지원이 이뤄지고, 특히 국내 골칫덩어리인 칡·다래넝쿨, 밤송이 등을 수출품목으로 개발하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 회장은 이 소재를 그대로 수출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플라워 데코레이션(공예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이 경매장에서 공예품도 유통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칡넝쿨은 다른 나무를 타고 올라가 고사시킵니다.
제거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정부가 이를 수출하고 공예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내놓는 사업을 정책적으로 돕는다면 더 높은 부가가치와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
그는 "내년 말까지 한국산 화훼 1억달러(1천136억원 정도)어치를 유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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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업체 이름을 빌리지 않고, RFK를 활용해 진출할 수 있기에 비용 절감과 함께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화훼 농가에서 고생해 선인장을 키웠지만, 네덜란드 업체와 경매장 등에 비용을 지불하고 나면 손에 쥐는 수익은 얼마안됐어요.
이제 저희가 국내에서 상품을 직접 수매해 경매장으로 보낼 수 있게 돼 화훼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김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화훼전문가이자 수준급 플로리스트다.
1991년부터 남편과 함께 루마니아에 정착해 삼성 에이전트 역할을 하다가 화훼·종자 관련 수출 무역업체인 '오르히디아 디자인'(OHD)을 창업했다.
그는 이집트에서 힐튼 호텔 등 5개 최고급 호텔의 화분 장식을 독점하고 있고, 경북대 농업아카데미의 지원으로 루마니아에 처음으로 고구마를 재배해 성공하기도 했다.
현지 주식은 감자인데, 고구마를 식탁에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6년 고양 국제 꽃 박람회에 플라워아티스트로 초청돼 박람회장 '화훼 문화 교류관' 내의 예술작품 전시관을 상록성 양란 '반다'로 장식하기도 했다.
또 경기도 용인시가 루마니아 피테슈티시에 있는 종자연구소와 과수육종 산업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양해각서 체결(MOU)을 주선했다.
강원도 동해시 출신인 그는 세계한민족여성재단(KOWINNER)의 '유럽의 대표 여성한인경제인'으로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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