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수단’이 너무 가볍게 쓰인다.”19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나오는 비판이다. 추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은 72년 헌정 역사를 통틀어 세 번째다. 그중 두 번을 추 장관이 단행했다.이번 수사지휘권 행사는 ‘윤석열 찍어내기’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윤 총장의 가족 사건을 건드리며 사실상 그를 겨냥한 ‘원포인트’ 수사지휘권 발동이란 분석이 나온다.지난 7월 추 장관은 임기 중 처음으로 수사지휘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고 하자 “절차를 멈추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다. 당시 추 장관은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일부 사건관계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검언유착 사건으로 규정해 논란이 됐다. 결국 검찰은 이 사건에서 검언유착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채 피의자를 기소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증거도 없이 피의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수사를 고의로 뭉개고, 지시에 반했다는 증거가 명확해야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며 “라임 사태의 몸통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에 대해 감찰을 3일밖에 하지 않은 법무부가 어떤 근거로 그의 ‘옥중 입장문’을 믿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근거도 없이 수사지휘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결국 이번 수사지휘권의 칼끝은 ‘윤 총장’ 한 사람을 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라임사건 외에도 윤 총장 가족 및 측근이 관련 4건의 사건을 포함시킨 것도 논란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이미 무혐의로 결론 낸 윤 총장 아내의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 조작 의혹을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 대상에 넣은 것만 봐도 그렇다.일각에서는 지난 검찰 인사 때 ‘윤석열 손발 자르기’를 단행한 데 이어 대놓고 “총장직에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추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 결국 공정해야 할 수사마저 장관의 뜻대로 편파적으로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joo@hankyung.com
청와대는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 “현재 상황에서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사지휘권 행사와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추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문의가 많은데 지금은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 과정에서 사전보고 등의 과정은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강 대변인은 “이번에도 청와대는 장관에게 지시하거나 장관으로부터 수사권 행사 관련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 정부를 지휘감독하지만 자율성과 독립성이 존중될 필요가 있어서 그동안에도 법무부 장관과 수사기관의 직무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전했다.청와대는 라임·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를 강조하면서 필요할 경우 청와대도 자료요청에 응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찰의 자료 요청이 있으면 그동안 비공개해온 자료라도 검토해 협조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전날 추 장관은 야권 정치인 등 로비 의혹이 불거져나온 라임사건과 윤 총장의 부인, 장모 등 가족 관련사건 등 총 5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수사지휘에서 배제하는 지휘권을 발동했으며 윤 총장은 이를 수용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이 수사지휘권 발동에 강하게 반발하며 법무부 장관 경질까지 요구하고 있으나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추 장관에게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청와대는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에 대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추미애 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같이 언급하면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관해 청와대는 (추미애)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 행사 여부를 보고받지 않았다"고 했다.이어 "다만 신속하고 성역을 가리지 않는 엄중한 수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수사지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청와대가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역대 3번째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추미애 장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갈등 양상을 노출한 데다 여야 대립까지 격화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수사지휘권 행사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 정리에 나선 셈이다.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정부기관을 지휘·감독하지만 구체적 사건은 수사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존중될 필요가 있어 그동안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과 수사기관의 수사직무에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유지해왔다"고 말했다.이어 "일전에 성역 없는 엄중한 수사를 위해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자료 요청이 있을 경우 비공개 자료라고 할지라도 검토해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말씀드린 적 있다"면서 "그런 원칙 하에서 입장을 말씀드린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연했다.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라임·옵티머스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가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