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레미콘공장 옮길 곳 없는데…서울시 "빨리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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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공원지정' 예고에 삼표레미콘 공장 문 닫을 위기
부지 확보 먼저 vs 더 못 기다려
'땅주인' 현대제철은 난감
'제2의 송현동 부지' 되나
부지 확보 먼저 vs 더 못 기다려
'땅주인' 현대제철은 난감
'제2의 송현동 부지' 되나
서울 뚝섬에 자리잡아 40년 넘게 수도권의 레미콘 최대 공급기지 역할을 해온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가 공장 부지를 공원으로 바꾸는 행정절차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삼표산업이 수년째 이전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원 지정이 확정되면 공장은 폐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수백 명의 근로자와 레미콘 기사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서울시가 땅 주인인 현대제철과 공장 소유주인 삼표산업을 압박하기 위해 공원 지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시 안팎에서 제기된다.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판박이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2017년 10월 현대제철 및 삼표산업과 2022년 6월까지 뚝섬 현대제철 부지에 있는 삼표레미콘 공장을 이전·철거하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듬해인 2018년 3월엔 이곳을 개발해 서울숲을 기존 43만㎡ 규모에서 61만㎡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은 성수동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2000년대 들어 신흥 부촌으로 자리잡은 성수동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주범으로까지 몰렸다. 지역 국회의원과 성동구청장은 혐오시설로 인식된 성수공장 이전을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이전을 압박했다.
문제는 삼표산업이 3년이 지나도록 대체부지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권 지역 70여 곳을 물색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음·분진 등을 이유로 레미콘 공장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콘크리트 혼합 후 한 시간 이내 공사현장에 도달해야만 한다. 한 시간을 넘으면 강도가 약해져 부실공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
서울시 입장은 단호하다. 이전·철거 시한이 2년도 남지 않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2022년 6월까지 공장 이전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연내 공원 지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전협상 과정을 지켜본 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토지를 강제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현대제철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곳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3년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건축 규제로 무산되자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 부지로 방향을 틀었다.
땅 주인인 현대제철도 내심 매각을 원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부지보상비로 3414억원을 책정했다.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감안하면 감정평가를 거쳐 가격이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예산이 없는 서울시는 서울숲 인근 자연녹지지역인 주차장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종상향)해 매각한 뒤 그 대금을 현대제철에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장 이전에 따른 영업손실은 법적으로는 땅 주인인 현대제철이 져야 할 의무다. 이 때문에 2017년 10월 협약 당시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은 이듬해 1월까지 공장 이전에 따른 추가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은 서울시의 강제수용 방침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맺은 협약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밟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삼표산업은 이전 부지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삼표그룹과의 관계 때문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원 지정을 강행하면 삼표레미콘 공장 근로자와 레미콘 차량 운전자 등 5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삼표레미콘 공장이 폐쇄되면 당장 일거리를 잃게 되는 레미콘 기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지난 8월 레미콘 기사들과의 면담을 주선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레미콘 공장 근로자와 기사들의 재취업 문제는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이 협의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성수공장 폐쇄 시 수도권 건설 시장에 레미콘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의 시간당 레미콘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총 1080㎥다. 서울 전체 레미콘 생산량의 54.2%로 절반이 넘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삼표산업이 수년째 이전 부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원 지정이 확정되면 공장은 폐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 수백 명의 근로자와 레미콘 기사 일자리도 사라지게 된다. 서울시가 땅 주인인 현대제철과 공장 소유주인 삼표산업을 압박하기 위해 공원 지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시 안팎에서 제기된다. 서울시와 대한항공이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판박이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원 지정 강행하는 서울시
1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달 시의회 의견청취를 거친 후 이르면 다음달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2만8804㎡ 규모의 뚝섬 현대제철 부지를 공원화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변경안을 상정할 예정이다.앞서 서울시는 2017년 10월 현대제철 및 삼표산업과 2022년 6월까지 뚝섬 현대제철 부지에 있는 삼표레미콘 공장을 이전·철거하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체결했다. 이듬해인 2018년 3월엔 이곳을 개발해 서울숲을 기존 43만㎡ 규모에서 61만㎡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은 성수동 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 2000년대 들어 신흥 부촌으로 자리잡은 성수동 이미지를 퇴색시키는 주범으로까지 몰렸다. 지역 국회의원과 성동구청장은 혐오시설로 인식된 성수공장 이전을 핵심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이전을 압박했다.
문제는 삼표산업이 3년이 지나도록 대체부지를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권 지역 70여 곳을 물색했지만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소음·분진 등을 이유로 레미콘 공장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레미콘은 콘크리트 혼합 후 한 시간 이내 공사현장에 도달해야만 한다. 한 시간을 넘으면 강도가 약해져 부실공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
서울시 입장은 단호하다. 이전·철거 시한이 2년도 남지 않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2022년 6월까지 공장 이전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연내 공원 지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전협상 과정을 지켜본 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토지를 강제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수도권 레미콘 수급에도 비상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은 1977년 가동을 시작했다. 당시 땅 주인인 강원산업이 공장도 운영했다. 이 땅은 강원산업이 외환위기에 따른 경영난으로 인천제철(현 현대제철)에 인수되면서 함께 넘어갔다. 강원산업 계열사였던 삼표는 계열분리 후 현대제철로부터 지상권을 임차해 레미콘 공장을 계속 운영해 왔다.당초 현대제철의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이곳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13년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건축 규제로 무산되자 현대차그룹은 한국전력 부지로 방향을 틀었다.
땅 주인인 현대제철도 내심 매각을 원하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부지보상비로 3414억원을 책정했다. 인근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감안하면 감정평가를 거쳐 가격이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예산이 없는 서울시는 서울숲 인근 자연녹지지역인 주차장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종상향)해 매각한 뒤 그 대금을 현대제철에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장 이전에 따른 영업손실은 법적으로는 땅 주인인 현대제철이 져야 할 의무다. 이 때문에 2017년 10월 협약 당시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은 이듬해 1월까지 공장 이전에 따른 추가협약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은 서울시의 강제수용 방침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앞서 맺은 협약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밟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삼표산업은 이전 부지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삼표그룹과의 관계 때문에 쉽사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 재산권 침해 비판도
서울시의 공원 지정 강행 방침에 대해 시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의회는 지난달 열린 공원 지정 관련 첫 번째 시의회 의견청취안을 부결시켰다. 서울시가 민간기업의 재산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쳐 자칫 ‘제2의 송현동 부지’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공원 지정을 강행하면 삼표레미콘 공장 근로자와 레미콘 차량 운전자 등 500여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삼표레미콘 공장이 폐쇄되면 당장 일거리를 잃게 되는 레미콘 기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와 시의회는 지난 8월 레미콘 기사들과의 면담을 주선했지만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서울시는 레미콘 공장 근로자와 기사들의 재취업 문제는 현대제철과 삼표산업이 협의해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레미콘업계는 성수공장 폐쇄 시 수도권 건설 시장에 레미콘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삼표레미콘 성수공장의 시간당 레미콘 생산량은 지난해 기준 총 1080㎥다. 서울 전체 레미콘 생산량의 54.2%로 절반이 넘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