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되고 싶은 사람, 존경할 수 있는 사람 연기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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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졸 내부 고발자 연기
"오늘 깨달았네요! 저는 제가 되고 싶은 사람,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하는 거였어요!"
인터뷰 내내 차분했던 목소리가 갑자기 올라가고,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졌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오지랖 넓고 정의감도 넘치는 자영을 연기한 배우 고아성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짧지 않은 필모그래피 중 굵직한 몇 작품을 꼽던 중이었다.
아역 배우가 아닌 배우 고아성으로, 연기가 너무 좋긴 했지만, 확신은 없던 그에게 '내가 사랑하는 일은 이거(연기)구나' 알려준 작품으로는 주저 없이 '설국열차'를 꼽았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신념은 있어요.
내 가치관에 부합하는 걸 하고 싶다는 거요.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더라도 캐릭터에 우러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일관적이진 않죠."
최근작인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2018)부터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2019), 그리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는 "이어지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열정 넘치는 수사관 '윤나영'(라이프 온 마스), 독립 운동가 유관순, 그리고 대기업의 고졸 말단 사원 '자영'은 정직하고, 올바른 길로 직진하는 캐릭터다.
고아성은 그걸 "사람이 하는 일, 일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걸 열정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니 결국 '좋은 사람'이다.
고아성은 "존경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연기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맞장구쳤다.
"내가 이런 사람을 연기할 만큼 정의로운 사람일까 고민했어요.
감독님께 그런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감독님도 '내가 이런 영화를 찍어도 되나' 고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해주신 얘기가 좋았어요.
하루아침에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요.
저도 조금씩 행동을 바꾸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그가 맡은 자영은 1995년 대기업 삼진그룹에 다니는 고졸 말단 직원이다.
뛰어난 업무 실력은 대졸 후배와 상사들의 뒤치다꺼리 하는 데 주로 쓰고, 청소와 커피 타기가 주 업무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진짜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
뒤치다꺼리하러 공장에 갔다가 폐수 방류 현장을 목격한 자영은 회사가 은폐하려는 진실을 향해 돌진한다.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승진 시켜 준다는 얘기에 토익반에 모였던 다른 고졸 여성 직원들과 함께.
전작 '항거' 역시 많은 또래 여성 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다.
세 평도 안 되는 8호실 감방 안에 28명이 갇혀 있었고, 토익반에도 서른 명 남짓의 고졸 여성 직원들이 모여 앉았다.
고아성은 "그래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비슷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토익반에서 자기 소개하는 첫 장면을 촬영할 때 다르다고 느꼈다"며 "이번엔 에너제틱하고 활기찬 영화"라고 명쾌하게 구분했다.
'항거' 때는 고문 받던 모습을 위해 닷새 동안 금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그렇게 뛰어들고 싶었고,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이번에는 배우들 사이에 생긴 에너지를 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영화 '괴물'(2006)로 알려졌지만, 배우 경력은 훨씬 더 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영화의 배경인 1995년, 그는 네 살의 나이에 CF를 찍었다.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시작하기 전, 테스트를 위해 의상과 분장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섰을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자료 화면이 아니라 진짜 그런 모습으로 퇴근하고 왔던 이모, 어렸을 때 봤던 일하는 여성에 대한 단상이 뇌리에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커졌다고 했다.
자영은 사람마다 각자 다른 커피와 프림, 설탕의 정확한 비율을 기억하고 아침마다 남자 직원들의 커피를 탄다.
"IMF 외환 위기 이후 커피 믹스가 급증한 게 대대적인 정리해고로 여직원들을 다 해고해 커피 탈 사람이 없어서란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는 그는 또 다른 '이타적인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삼십 대에 접어든다.
한참이나 위이던 현장 스태프들도 또래거나 어린 친구들이 많아졌다.
경력이 그만큼 길어지니 현장에서의 책임감도 커졌다.
"20대 때의 패기나 자신감은 줄었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 자신을 잘 알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라고도 했다.
그는 "원래 내성적인 편인데 자영이의 오지랖 덕에 나도 오지랖이 넓어져서 누가 불편한 거 같으면 내가 불편하고, 이런 내가 신기하다.
자영이의 오지랖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며 웃었다.
/연합뉴스
"오늘 깨달았네요! 저는 제가 되고 싶은 사람,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어하는 거였어요!"
인터뷰 내내 차분했던 목소리가 갑자기 올라가고, 동그란 눈이 더 동그래졌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오지랖 넓고 정의감도 넘치는 자영을 연기한 배우 고아성이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짧지 않은 필모그래피 중 굵직한 몇 작품을 꼽던 중이었다.
아역 배우가 아닌 배우 고아성으로, 연기가 너무 좋긴 했지만, 확신은 없던 그에게 '내가 사랑하는 일은 이거(연기)구나' 알려준 작품으로는 주저 없이 '설국열차'를 꼽았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신념은 있어요.
내 가치관에 부합하는 걸 하고 싶다는 거요.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더라도 캐릭터에 우러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일관적이진 않죠."
최근작인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2018)부터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2019), 그리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는 "이어지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열정 넘치는 수사관 '윤나영'(라이프 온 마스), 독립 운동가 유관순, 그리고 대기업의 고졸 말단 사원 '자영'은 정직하고, 올바른 길로 직진하는 캐릭터다.
고아성은 그걸 "사람이 하는 일, 일하는 사람의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그걸 열정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니 결국 '좋은 사람'이다.
고아성은 "존경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연기하는 데 관심이 있다"며 맞장구쳤다.
"내가 이런 사람을 연기할 만큼 정의로운 사람일까 고민했어요.
감독님께 그런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감독님도 '내가 이런 영화를 찍어도 되나' 고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해주신 얘기가 좋았어요.
하루아침에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요.
저도 조금씩 행동을 바꾸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그가 맡은 자영은 1995년 대기업 삼진그룹에 다니는 고졸 말단 직원이다.
뛰어난 업무 실력은 대졸 후배와 상사들의 뒤치다꺼리 하는 데 주로 쓰고, 청소와 커피 타기가 주 업무지만 언젠가는 제대로 된 일을 하는 진짜 커리어우먼이 되고 싶다.
뒤치다꺼리하러 공장에 갔다가 폐수 방류 현장을 목격한 자영은 회사가 은폐하려는 진실을 향해 돌진한다.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승진 시켜 준다는 얘기에 토익반에 모였던 다른 고졸 여성 직원들과 함께.
전작 '항거' 역시 많은 또래 여성 배우들과 함께한 작품이다.
세 평도 안 되는 8호실 감방 안에 28명이 갇혀 있었고, 토익반에도 서른 명 남짓의 고졸 여성 직원들이 모여 앉았다.
고아성은 "그래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 비슷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토익반에서 자기 소개하는 첫 장면을 촬영할 때 다르다고 느꼈다"며 "이번엔 에너제틱하고 활기찬 영화"라고 명쾌하게 구분했다.
'항거' 때는 고문 받던 모습을 위해 닷새 동안 금식을 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그렇게 뛰어들고 싶었고,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이번에는 배우들 사이에 생긴 에너지를 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영화 '괴물'(2006)로 알려졌지만, 배우 경력은 훨씬 더 뒤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영화의 배경인 1995년, 그는 네 살의 나이에 CF를 찍었다.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시작하기 전, 테스트를 위해 의상과 분장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섰을 때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자료 화면이 아니라 진짜 그런 모습으로 퇴근하고 왔던 이모, 어렸을 때 봤던 일하는 여성에 대한 단상이 뇌리에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이 커졌다고 했다.
자영은 사람마다 각자 다른 커피와 프림, 설탕의 정확한 비율을 기억하고 아침마다 남자 직원들의 커피를 탄다.
"IMF 외환 위기 이후 커피 믹스가 급증한 게 대대적인 정리해고로 여직원들을 다 해고해 커피 탈 사람이 없어서란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가슴이 아팠다"고 말하는 그는 또 다른 '이타적인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삼십 대에 접어든다.
한참이나 위이던 현장 스태프들도 또래거나 어린 친구들이 많아졌다.
경력이 그만큼 길어지니 현장에서의 책임감도 커졌다.
"20대 때의 패기나 자신감은 줄었지만,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나 자신을 잘 알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라고도 했다.
그는 "원래 내성적인 편인데 자영이의 오지랖 덕에 나도 오지랖이 넓어져서 누가 불편한 거 같으면 내가 불편하고, 이런 내가 신기하다.
자영이의 오지랖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며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