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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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교회 여성 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북의 한 60대 목사가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31일 전주지법 등에 따르면 강간·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A(64) 목사가 최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A목사는 그동안 법정에서 "미국식 인사 방식이었다'면서 "(신도들이) 나를 교회에서 몰아내기 위한 모함"이라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A씨는 1989년부터 2018년까지 교회와 별장, 자택 등지에서 여성 신도 9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범행 당시 A씨는 거부 의사를 밝힌 신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는 거니 괜찮다", "이렇게 해야 천국 간다"면서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로부터 피해를 본 이들 중 한 명은 2009년 당시 15세였고 모녀가 추행을 당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신도는 성폭행을 당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수사기관에 "성도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은 잘못"이라면서도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혐의를 줄곧 부인해 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도덕성이 높아야 할 직업을 가진 피고인이 신앙심 깊은 신도들을 강간하거나 추행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들은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임에도 피고인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후 A목사와 검사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A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원심이 선고한 형량보다 많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충격을 줬고,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실제로 피고인이 한 범행은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이는 점, 2007년에도 강제추행으로 신도들에게 고소를 당한 적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가볍다고 판단된다"며 A목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지난 첫 재판에서는 익산여성의전화 등 시민단체들이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목사의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회 내 성폭력은 목사와 신도 간 힘의 불균형 때문에 은폐되기 쉽고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며 "엄벌을 통해 종교계 성폭력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