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오버·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 이기적 감정 = 랜돌프 M. 네스 지음. 안진이 옮김.
왜 자연은 인간에게 나쁜 감정을 심었는가? 당연히 없애거나 피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슬픔, 배신감, 수치심 등의 감정은 수천 년 진화 과정에서 왜 사라지지 않는가?
진화의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이에 대해 "나쁜 감정은 쓸모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고통스러운 감정 또한 유전자의 생존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세계 최초로 불안 클리닉을 열며 30년 동안 환자를 치료하고 감정을 연구해온 그는 이 책에서 감정을 넘어 인류 진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나쁜 감정도 생존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라는 전제에서다.

저자는 "코로나19 시대의 불안을 해소하는 요령은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없는 것만 못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불안에 대한 걱정이야말로 불필요한 불안을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이라는 얘기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현재 코로나 팬데믹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막연하게 정신장애가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보다는 질병, 고독, 피로, 실업, 빈곤을 비롯한 개개인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 퀘스트. 578쪽. 2만2천원.
[신간] 이기적 감정
▲ 게임 오버 = 한스 페터 마르틴 지음. 이지윤 옮김.
저자는 20년 전, 범지구적으로 진행된 서구식 세계화의 본질을 '20대 80 사회'로 명쾌하게 규정한 베스트셀러 '세계화의 덫'으로 유명하다.

당시 구조화된 불평등을 민주주의와 복지를 공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면, 이번엔 서양 문명화의 모델인 자유민주주의가 종언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책에서 오랜 기간 세계 질서를 지배해온 시스템이 붕괴하는 현상을 낱낱이 짚는다.

4차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붕괴, 극우 민족주의의 부활을 중심으로 한 고령화, 대규모 이민, 기후변화 등 시대의 큰 줄기를 이루는 주제들을 두루 분석하는 것이다.

책 제목처럼 지금은 한 마디로 '게임 오버' 직전 상황에 부닥쳤다.

로봇 기술과 디지털화는 기존의 사회적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금융위기와 무역전쟁의 위협은 계속될 것이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많은 곳에서 민주주의가 실패하고 외면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중되는 경제적 불균형과 함께 민족주의 운동이 강화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면서 다양한 혁신적 해법도 제시한다.

한빛비즈. 552쪽. 2만5천원.
[신간] 이기적 감정
▲ 최전방의 시간을 찍는 여자 = 린지 아다리오 지음. 구계원 옮김.
1973년 미국 코네티컷에서 태어난 저자는 여성 종군사진기자로 전 세계의 분쟁지역을 누볐다.

2000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며 탈레반 치하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의 삶을 기록했고, 9·11테러 이후에도 이라크, 수단, 리비아, 시리아, 소말리아, 콩고 등에서 동시대의 분쟁과 인도주의 위기 현장을 취재했다.

이 책은 지난 20여 년 동안 분쟁지역에서 취재한 저자가 남긴 기록이다.

역사적 위기 현장에서 저자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면서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등도 들여다볼 수 있다.

아다리오는 특히 여성 기자만 취재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

사막에서 분만을 준비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시에라리온의 산모, 낡은 농구복이나 미제 티셔츠를 입은 수단해방군, 프로판 가스 탱크를 채우기 위해 기다리는 이라크 사람들 등 전쟁지역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문학동네. 472쪽. 1만9천800원.
[신간] 이기적 감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