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부동산 시장 훈풍에도
빈집 늘면서 월셋값 15% 하락
곳곳 세입자 찾는 전단지 '홍수'
코로나 이후 음식점 등 줄폐업
강동균 베이징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베이징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왕징의 아파트 월세가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와 중국 정부의 입국 제한 조치로 한국 기업 주재원과 교민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대서양신청의 방 3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0~15% 하락했다. 올리브, 화정세가, 보성화팅, 동호만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아파트 월세도 비슷한 폭으로 내려갔다. 방 4개 이상인 대형 평형과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된 아파트 월세는 하락폭이 2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이맘때 동당 두세 곳에 불과했던 빈집도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 왕징의 아파트 단지 입구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직원이 몰려들어 전단지를 뿌리며 세입자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부 집주인은 기본으로 갖춰져 있는 가구와 가전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해주고 1년인 임대기간을 2~3년으로 늘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한 중개업소 사장은 “코로나19 충격에도 베이징의 부동산 매매 가격은 오르고 있는데 왕징의 월세가 내려가는 것은 한국 교민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70개 대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0.6%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5월(0.5%)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집값이 전달보다 올라간 도시도 5월 57곳에서 6월엔 61곳으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선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우려하고 있지만, 왕징 집주인만 발을 동동 구르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인을 주로 상대해 오던 왕징의 음식점과 미용실, 옷가게, 유학원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은 한때 150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30곳에도 못 미친다. 한국 교민에게 의존해 오던 왕징 내 북한 식당도 타격을 받았다. 대성산관은 5월 폐업했고 옥류관도 지난달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상가 밀집지역에선 임대 안내판이 붙은 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그동안 꿈쩍하지 않던 임차료도 하락하고 있다.
왕징에는 4~5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약 12만 명이 거주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중국에서 반(反)한 감정이 커지면서 떠나는 한국인이 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지금은 3만 명가량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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