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기발한 아이디어로 화제가 되는 경기 의정부고등학교의 졸업사진이 지난 3일 촬영을 마치고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됐다.
올해도 역시 재치 만점으로 분장한 학생들의 모습이 공개되자 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들은 '이래야 의고 졸업사진이지', '이쯤 되니 존경스럽다', '디테일이 장난 아니다'라며 호응했다.
많은 분장 중에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아무래도 백범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 안중근 의사, 주기철 목사 등 독립운동가들이 함께한 단체 사진이었다.
백범 김구로 직접 분장한 의정부고 도경민(18) 학생자치회 회장은 4일 연합뉴스에 "고등학교 마지막 졸업사진을 뜻깊게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생각 끝에 지금의 우리가 있게 해주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운동가분들을 기념하고 기리기 위해 콘셉트를 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사용된 태극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역사박물관과 진관사에 직접 문의해 이미지를 받아서 제작했다.

이들은 분장이나 복장뿐만 아니라 포즈와 제스처까지 완벽하게 흉내 내며 주변에 웃음을 줬다.
올해 화제의 드라마였던 '이태원 클라쓰' 속 인물 '조이서'를 똑같이 따라 한 학생도 눈길을 끌었다.
조이서로 분장한 노태영(18) 군은 "가발을 구해 직접 컷하고 염색했다"면서 "창피할 것 같다는 생각도 앞서 들었었는데 친구들과 같이하다 보니까 재미가 우선시 되고 서로서로 도와주기도 하면서 우정도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제성으로 분장한 고준석(18) 군은 "준비하느라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지만, 친구들과 서로의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좋은 추억 쌓았다고 얘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육공주 중 라푼젤 역할을 맡은 김호(18) 군은 "아무래도 의정부고가 남자 고등학교다 보니 여장이 흔치 않아서 친구들끼리 공주 코스프레를 하기로 했다"고 했다.
'의상 대여비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이 없었느냐'는 질문에는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인생에 한 번뿐인 좋은 추억 만드는데 쓴 거라 아깝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당대의 유명 정치인이나 스타 등을 단순히 코스프레하는 것이 아닌 유머러스하게 패러디하는 모습으로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유명세가 심해져 한때 학교 측과 학생들 간 갈등이 생기기도 했으나, 이제 어느덧 10년 넘게 그들만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