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사상 첫 5G 품질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가 사상 첫 5G 품질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최지수 씨는 최근 5세대 통신(5G) 휴대폰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를 즐겨보는 그가 선택한 요금제는 데이터 무제한의 월 8만원자리 요금제. 하지만 출퇴근 지하철에서 대부분 4G(LTE)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송파구 대부분 지역에서 5G가 잘 터지기는 하지만 출퇴근 지하철처럼 사람이 많을 때는 끊긴다"면서 "언제까지 기다려야 품질이 좋아질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사상 첫 5G 품질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긴장모드에 돌입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으나 전국망 구축이 예상보다 더뎌지며 품질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비싼 요금제를 써왔던 이용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아 이번 조사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5G 이용자들 "요금 비싸고 통화 품질 불량" 불만

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 상반기 진행한 5G 품질 평가 결과를 오는 5일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말 조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데이터 분석이 늦어지며 이달 초로 미뤄졌다.

정부의 품질평가 계획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평가 대상 지역은 서울과 6대 광역시다. 이들 지역의 옥외·실내·유동인구 밀집지역에서 △5G 서비스 제공지역(커버리지) △통신품질 △5G-LTE 전환율 등을 평가해 공개할 예정이다.

5G 품질논란은 지난해 4월 상용화 이후 불거졌다. 5G 가입자 수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반면 품질은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미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나왔다.

과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78만4200명에 불과했던 5G 가입자수는 지난 5월 687만6900명으로 8배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에 반해 통신품질 불량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상용화 이후 1년간 소비자상담센터에 '5G' 관련 상담 접수는 총 2055건에 달했다. 이 중 '계약해지'가 702건(34%)으로 가장 많았고, '품질' 관련이 590건(29%)으로 2위를 차지했다. 대부분 5G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갖고 고가의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지만 통화 끊김 현상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원하고 있는 셈이다.

1위 사업자 두고 "LG유플러스 VS SK텔레콤" 의견 분분

지난해 4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들떠 있었던 분위기와 달리 품질평가 앞두고 이통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꾸준히 5G 품질논란으로 지적을 받은 만큼 업체별 순위가 공개될 경우 '품질 최악'이라는 치명적인 꼬리표를 달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1위 사업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동안 국내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에서 1위를 수성했던 SK텔레콤이 이번 첫 5G 품질 평가에서도 같은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품질은 기술 노하우가 가장 중요한데 그동안 3G, 4G 평가에서 꾸준히 1위를 기록했던 SK텔레콤이 아무래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과 KT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화웨이의 장비를 앞세워 이번 평가 대상 지역인 서울과 수도권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한 것도 이같은 분석에 힘이 실린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분기 이통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설비투자(CAPEX)를 단행했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설비투자는 총 3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3% 많은 비용을 지출했다. 반면,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는 각각 3066억원, 4069억원으로 7.5%와 26.3% 감소했다.

이통사들 "5G 품질평가 시기상조"

이통사들은 순위공개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5G망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황에서 품질 평가를 공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과기부에 따르면 현재 이통 3사 전국 지하철 5G 구축률은 50% 수준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일부 쇼핑몰의 경우 아직 5G망 구축이 되지 않았다"면서 "서울 지하철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대형쇼핑몰, 주택단지 순으로 단계적으로 깔리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 평가 발표는 이르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의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OpenSignal)이 발표한 5G 품질평가 종합 순위에서 SK텔레콤이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순위는 5G 네트워크 측정방식이나 단말기, 지역 등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공신력이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