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맨해튼 음대 대학원 진학…"펄먼 CD 들으며 저렇게 되겠다고 다짐"

"합격 통지서를 받고,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맨해튼 음대는 제일 가고 싶은 곳이었거든요.

"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26)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맨해튼 음대 대학원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다음 달 1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사회공헌 콘서트 '뮤직 인 더 다크: 모멘텀'(Music in the Dark: Momentum) 무대에 선다.

김지선은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들도 그냥 그렇게 사는 줄 알아서 커다란 불편은 없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앞이 보고 싶어졌다.

보이그룹 '빅뱅'의 태양을 좋아하게 됐는데, 태양의 모습이 궁금해진 것이다.

그는 "태양의 눈이 위로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며 "그때부터 '보는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말했다.

앞을 보진 못했지만 5살 때부터 시작한 음악이 위안을 줬다.

피아노를 배우다가 손이 작아 '바이올린을 해보라'는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한 바이올린이었다.

출중한 실력을 보이며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그러나 대학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초·중·고교 과정을 한빛맹학교에서 마친 그는 악보를 눈으로 보면서 연주할 수 있는 아이들과 경쟁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당연히 외워서 연주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친구들은 악보를 보면서 했다.

실기 준비를 하려면 친구들은 시험 2주 전부터 준비했지만 나는 학기 초부터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힘들 때는 명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을 생각했다.

펄먼은 네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이동할 때 목발을 쓰며 바이올린 연주는 앉아서 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펄먼의 CD를 들으면서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열심히 하다 보면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이 있다.

그걸 기대하면서 소망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갔다"고 말했다.

현재 OCI 드림앙상블에 소속돼 있는 그는 내년 초 맨해튼 음대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다.

애초 9월 입학이 예정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내년으로 입학이 연기됐다.

"재능과 기교를 뽐내기 위해서 연주하려는 마음은 없어요.

졸업 후에는 후배들을 양성하는 데 제 능력을 쓰고 싶어요.

그리고 심신이 지친 자들을 위해 바이올린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싶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