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시간 10분,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 찾는 데 1시간.” 넷플릭스 사용자 사이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다.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어떤 영화를 고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의미다. 국내산 스트리밍 업체 왓챠(WATCHA)는 이 소비자들의 고민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냈다. 정확한 취향 분석을 통해 개별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해 시장의 강자들과 경쟁한다는 전략이다.
왓챠, 연평균 매출 191% 고속성장…韓流콘텐츠 앞세워 해외 공략

모든 서비스의 개인화를 꿈꾸다

왓챠는 KAIST 전산학과에 재학 중이던 박태훈 대표가 2011년 설립한 회사다. ‘모든 서비스의 개인화’를 꿈꾸며 영화 평점 기록 및 추천 서비스로 출발한 왓챠는 추천 범위를 도서와 드라마까지 넓혔다. 게임과 웹툰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2016년 출시한 월정액 VOD 스트리밍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는 기업 전체의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 100만 명 가까운 소비자가 왓챠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이달 초 해외 진출을 위해 기존 콘텐츠 추천 서비스 ‘왓챠’는 ‘왓챠피디아’로, OTT인 ‘왓챠플레이’는 ‘왓챠’로 서비스명을 바꿨다.

박 대표는 왓챠의 힘이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용자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해 알맞은 콘텐츠를 추천하고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들여와 왓챠의 고객을 유지하는 게 그의 전략이다. 박 대표는 “기존 콘텐츠시장은 의사결정권자들의 직감으로 돌아가는 곳이었다”며 “여기에 데이터 분석을 더하면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왓챠가 보유 중인 콘텐츠는 약 8만 편이다. 박 대표는 “콘텐츠의 시청량을 예측하는 모델을 사용해 콘텐츠 공급자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공급하지 않는 콘텐츠도 보유하고 있다”며 “특정 콘텐츠를 보려고 구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왓챠는 미국 최대 케이블 방송사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을 비롯해 박찬욱 감독의 ‘리틀 드러머 걸’, 산드라 오 주연의 ‘킬링이브’ 등을 들여왔다.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20세기폭스 등 할리우드 유명 콘텐츠공급자(CP) 6개사와 모두 계약한 곳은 국내에는 왓챠뿐이다.

왓챠는 2011년 설립 이후 작년까지 연평균 191%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가입자 1인당 월평균 시청시간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6년 14시간12분이었던 시청시간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28시간42분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OTT시장은 승자독식 불가능”

박 대표는 OTT시장은 승자독식이 불가능한 구조로 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넷플릭스가 2019년 3월부터 올 3월까지 실사용자가 200% 증가하는 동안 왓챠는 절반의 마케팅 비용으로도 사용자가 135% 늘었다”며 “향후 OTT시장은 가구당 3~5개의 OTT를 구독하는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부터는 해외시장 진출도 본격화된다. 올 9월에는 일본, 내년 6월부터는 동남아시아에 왓챠를 선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한국에서 시작한 OTT업체이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 수급이 원활한 것이 강점”이라며 “5~7년 뒤 아시아에서 2000만~30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왓챠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네 번에 걸쳐 23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번주에 왓챠의 시리즈D 투자유치가 마무리된다. 250억~300억원 규모의 조달 자금은 콘텐츠 투자와 왓챠의 일본 및 동남아 시장 진출에 사용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왓챠의 기업가치를 13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 왓챠는 NH투자증권을 기업공개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