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로 전환되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서 제외 우려
터키 정부가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전환하더라도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유산에서 제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브라힘 칼른 터키 대통령실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소피아를 이슬람 신자에게 개방하더라도 관광객이 그곳을 방문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칼른 대변인은 "우리 조상들이 모든 기독교적 가치를 보전한 것처럼 터키는 기독교의 상징을 보전할 것"이라며 "실제로 블루 모스크(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와 슐레이만니예 모스크 등 모든 주요 모스크는 방문객에게 개방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스크로 전환하더라도 방문객에게 개방된 만큼 성소피아가 세계유산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동로마제국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가 537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에 건립한 성소피아 대성당은 916년간 정교회의 총본산이었으나, 1453년 오스만 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오스만 제국의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세계 1차대전으로 오스만 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아타튀르크는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이후 성소피아 박물관은 연간 약 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이슬람주의를 앞세운 정의개발당 소속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이 이어지면서 성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졌으며,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달 성소피아의 '지위' 변경 안건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성소피아 박물관을 특정 종교 건물로 만들면 세계유산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터키 내 각종 문화유적의 세계유산 등재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 성소피아 박물관이 모스크로 전환될 경우 관광객에게 개방하더라도 현재보다 접근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성소피아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블루 모스크는 현재도 예배 장소로 사용되는 까닭에 관광객은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할 수 있으며, 여성은 반바지·반소매 착용이 금지되고 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를 착용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