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현실(MR) 기술을 적용해 지난달 31일 열린 ‘비욘드 라이브’ 콘서트의 한 장면. 
 SK텔레콤 제공
혼합현실(MR) 기술을 적용해 지난달 31일 열린 ‘비욘드 라이브’ 콘서트의 한 장면. SK텔레콤 제공
지난달 31일 열린 슈퍼주니어의 유료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더 슈퍼 쇼’에는 세계에서 약 12만3000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공연장을 찾지 못하던 K팝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준 자리였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슈퍼주니어의 멤버 시원이 스크린을 뚫고 나와 12m 높이의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광경이었다.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가 최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초실감 기술을 공연에 접목한 사례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서비스 확산이 맞물리면서 실감형 콘텐츠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슈퍼주니어 시원이 왜 거기서 나와?…VR·AR 합친 '혼합현실'이 뜬다
실감형 콘텐츠는 실제와 비슷한 경험을 주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말한다.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가상현실(VR), 현실 위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AR) 등이 대표 기술이다. ICT기업들은 슈퍼주니어 온라인 콘서트처럼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현실(MR) 콘텐츠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초실감 구현하는 MR 콘텐츠

SK텔레콤은 독립기념관과 5G 모바일 에지컴퓨팅(MEC) 기반 AR, MR 에코뮤지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양사는 5년간 에코뮤지엄에 들어갈 실감 콘텐츠를 개발한다. 세계 각지에 있는 독립운동 거점을 인물과 에피소드를 연계한 AR로 구현하고 MR 콘텐츠도 제작한다.

KT의 구독형 서비스 ‘슈퍼VR’
KT의 구독형 서비스 ‘슈퍼VR’
지난달에는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MR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온라인 전용 유료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에서 슈퍼주니어의 공연무대에 MR 기술을 접목했다. 전진수 SK텔레콤 5GX서비스사업본부장은 “언택트 시대를 맞아 MR 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늘어나고 있다”며 “공연, 영화, 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연장에 나타난 MR 영상은 SK텔레콤이 지난 4월 연 혼합현실 제작 스튜디오인 점프스튜디오에서 제작됐다. 점프스튜디오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세운 MR 콘텐츠 전용 스튜디오다. MS의 볼류메트릭 비디오 캡처 기술로 인물의 움직임을 홀로그램 비디오로 구현한다. 여기에 SK텔레콤 ‘T 리얼 플랫폼’의 공간인식·렌더링 기술을 접목했다.

MR 분야의 글로벌 강자는 단연 MS다. 2015년 VR 헤드셋인 홀로렌즈를 선보였고, 2년 뒤 MR 플랫폼 윈도MR을 내놨다. 여러 차례 업데이트하고 기업용 앱 등을 선보였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매직리프도 MR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제품 출시 전 구글, 알리바바, 퀄컴, JP모간, 모건스탠리 등에서 투자받으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개발자용 기기 매직리프원을 선보였다.

VR·AR 콘텐츠도 봇물

360도 돌려볼 수 있는 LG U+ AR 콘텐츠
360도 돌려볼 수 있는 LG U+ AR 콘텐츠
VR·AR 콘텐츠도 활용처를 넓히고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유플러스다. 작년 4월 첫 AR 스튜디오를 열었고 올해 하반기 제2 AR 스튜디오도 문을 연다. VR 분야에서는 3차원(3D)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벤타VR 등과 손잡았다.

LG유플러스가 지금까지 제작해 내놓은 VR·AR 콘텐츠는 3000편이 넘는다. 작년 VR과 AR 분야에 각각 1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연내 VR·AR 콘텐츠를 4000편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AR을 간편하게 볼 수 있는 AR 글라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작년 AR디바이스 전문 제조기업인 엔리얼과 손잡고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엔리얼의 88g 초경량 AR글라스인 엔리얼라이트를 국내 독점으로 선보인다.

SK텔레콤은 점프VR·AR을 통해 다양한 실감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VR 콘텐츠를 볼 수 있다. KT 역시 구독형 서비스인 슈퍼VR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실감 콘텐츠 시장, 2022년엔 12조 육박할 듯
실감 콘텐츠 411조원 규모로
LG유플러스가 지하철 6호선 공덕역에서 운영한 'U+5G 갤러리'
LG유플러스가 지하철 6호선 공덕역에서 운영한 'U+5G 갤러리'
기업들이 VR, AR, MR 등 실감형 콘텐츠와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 때문이다. 5G 상용화로 대용량 이미지를 실시간 전송하는게 가능해진 데다가 코로나19로 화상회의, 수업 등 언택트산업이 뜨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감형 콘텐츠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실감형 콘텐츠 시장은 33조원에서 2023년 411조원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다. 연평균 52.6%씩 커진다는 계산이다.
SKT이 독립기념관에 구축하는 증강현실(AR)·혼합현실(AR) 에코뮤지엄
SKT이 독립기념관에 구축하는 증강현실(AR)·혼합현실(AR) 에코뮤지엄
국내 시장에서도 성장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실감형 콘텐츠 매출은 2017년 1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2022년에는 이 규모가 11조7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정부도 실감형 콘텐츠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정부는 실감형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XR+a'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XR은 VR, AR, MR 등 실감형 콘텐츠를 총칭한다. 정부는 이 분야에 150억원의 신규 예산을 투입한다. 이외에 홀로그램 기술 개발에 15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