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X

▲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지음.
문화의 물리적 결정체인 건축을 중심으로 지역 간 문화가 교류하고 결합해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본다.

건축은 엄청나게 큰 에너지와 돈이 들어가다 보니 많은 사람의 지혜를 모아야 하고 크게는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이 구축되는 형식과 모양을 보면 만든 사람의 생각과 문화를 비춰볼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예컨대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하는 벼농사는 홍수나 가뭄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저수지, 보, 물길 등을 만드는 토목 공사가 필요했다.

반면에 밀 농사는 개인이 씨를 뿌리면 되고 물에 관련된 대형 토목 공사도 필요 없다.

벼농사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집단의식이 강하고, 밀 농사 지역은 개인주의가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알파벳과 한자 같은 문자나 체스와 바둑 같은 게임 문화에도 나타난다.

강수량이라는 기후적 차이는 건축 디자인의 차이도 만들었다.

비가 적게 와 땅이 단단한 서양에서는 돌이나 벽돌 같은 무겁고 단단한 건축 재료를 이용해 벽으로 지붕을 받치는 벽 중심의 건축을 했다.

이와 달리 비가 많이 오는 동양은 장마철에 땅이 물러지기 때문에 무너질 우려가 있는 무거운 재료 대신 가벼운 건축 재료인 나무를 사용하되 땅과 만나는 부분에는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나무 기둥을 세워 목재가 물에 젖어 썩는 것을 방지했다.

이렇게 다른 문화는 서로 만나고 교류하면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등 건축 거장들이 동양의 '기둥 중심' 건축을 받아들이는 등 융합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건축에서 시작해 인류 문명의 발전사에까지 시선을 확장한 저자는 이제 디지털 기계와 아날로그 인간의 융합이 있는 곳에 새로운 문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기술에만 의존하면 다양성이 사라진다고 경고하면서 인간다움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을유문화사. 408쪽. 1만6천500원.
[신간] 공간이 만든 공간·완벽주의자들
▲ 완벽주의자들 =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각종 측정 기구와 부품, 증기 기관과 자동차 엔진, 기계 시계와 카메라, 반도체 칩 등을 발명하고 발전시킨 역사 속 숨겨진 인물들을 발굴해 보여준다.

이들의 사소하지만 위대한 발명품 덕분에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 벨트도, 전 세계를 오가는 대형 여객기도, 일상을 혁신한 스마트폰도, 광활한 우주를 관측하는 허블 망원경도 탄생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발명품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정밀성'이다.

정밀성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현대 세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집요한 장인 정신으로 섬세한 도구를 만든 것은 유사 이래 계속돼온 일이지만 정밀성이 인간 사회를 완전히 바꾸는 현상이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근대 이후에 정밀성을 복제 가능한 형태로 구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책은 존 해리슨, 존 윌킨슨, 조지프 브라마 등 정밀 기술에 천착한 기술자들이 정확히 똑같은 물건을 합리적인 빈도와 비용으로 상당히 쉽게 반복해서 제작할 수 있는 기구들을 발명해낸 과정을 소개하고 이들이 역사에 끼친 영향을 재평가한다.

명품 자동차 롤스로이스를 탄생시킨 진정한 주역은 영업인 '롤스'가 아닌 기술자 '로이스'였다거나 계측 도구에서 3㎝ 정도의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허블 망원경의 위대한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 기술자들이 작업 드릴의 날을 잘못 조정해 부품이 0.5㎜ 정도 얇아진 것이 비행 중이던 대형여객기 엔진이 공중에서 폭발하는 원인이 됐다는 이야기 등도 주목할 만하다.

북라이프. 480쪽. 2만2천원.
[신간] 공간이 만든 공간·완벽주의자들
▲ 세상의 모든 X = 문환구 지음.
호기심과 무지의 상징인 X가 갖는 여러 의미를 살펴보고 인류의 문명사는 '미지의 X'를 밝히는 과정이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X는 과학과 종교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저자는 수학과 과학의 역사에서 X가 가진 미지의 뿌리를 찾아보고 기독교의 전파 과정에서 또 하나의 십자가로 자리 잡은 X를 탐구한다.

그것은 그 둘을 분리하고자 함이 아니라 서로 교차하여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X가 품고 있는 함의는 '건너가기'이다.

X 표시를 뜻하는 영어 단어 'cross'는 동사로 쓰면 '건너다' 또는 '교차하다'라는 뜻이 된다.

코로나 19를 세계보건기구가 예측했던 미지의 질병인 '질병 X'라고 보는 이도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유독 'X맨'의 활약이 돋보였고 지금은 '왜행성 134340'이 된 명왕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한때 천문학에서 '행성 X 찾기' 프로젝트였다.

X가 가지는 다양한 의미는 다른 모두 기호가 그렇듯 각각의 X가 겪은 시대의 산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무나무. 204쪽. 1만4천원.
[신간] 공간이 만든 공간·완벽주의자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