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언론사 압수수색 역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취재와 관련해 언론사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은 1989년 안전기획부가 서경원 의원 평화민주당 의원 방북 건을 취재한 한겨레신문 편집국을 압수수색한 이래 사실상 31년 만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서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으며, 한겨레 기자가 관련 내용이 담긴 취재 수첩과 사진 등의 제출을 거부하자 안기부는 압수수색에 나섰다.
한겨레 기자들은 문 앞에서 스크럼까지 짜며 저지에 나섰지만 연행당했다.
이후에도 언론사 압수수색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대부분 무산됐다.
2003년에는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장면을 몰래카메라 영상으로 보도한 SBS에 대한 압수수색 시도가 있었으나 기자들의 저항으로 불발됐다.
2007년에도 옛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최태민 목사 관련 보고서 유출·보도와 관련해 검찰이 월간 신동아 기자의 전자우편 계정을 압수수색 하려 했으나 시도에 그쳤고, 2008년 광우병 보도 관련 MBC 압수수색도 마찬가지였다.
2014년에는 '정윤회 씨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을 단독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압수수색 소문이 돌았으나 기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검찰도 공식적으로는 부인한 바 있다.
2018년에는 '드루킹 사건'을 취재하던 TV조선 기자가 '드루킹'의 출판사 사무실에 무단으로 침입해 태블릿PC 등을 훔쳤다가 불구속 입건되면서 경찰이 보도본부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기자들 저항에 막혀 철수했다.
물론 언론사 압수수색이 이뤄진 적도 있었지만 기자의 취재 행위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2017년 11월 임원들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이 MBC 마포구 상암동 본사를 강제수사했던 일과, 지난해 10월 종합편성채널 요건을 갖추려고 자본금을 편법으로 충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매일경제방송(MBN)에 대한 압수수색 사례만이 있다.
기자가 취재를 목적으로 벌인 행위에 대해 수사기관이 언론사를 압수 수색을 하는 일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독일 헌법재판소는 2007년 독일 월간지 시세로가 이라크 내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와 관련된 비밀 정보를 기사화했다는 이유로 독일 사법당국이 2005년 12월 시세로 사무실에 대한 압수 수색을 한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그만큼 언론사 압수수색은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 원칙을 훼손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중론이다.
이번 채널A 압수수색의 경우, 언론사로서는 사실상 31년 만에 온 충격임에도 침통한 가운데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채널A 이모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검찰 고위 간부와 친분을 이용해 이철(55·수감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을 상대로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후 이 이슈가 검언유착 의혹으로 확대하면서 채널A는 이날 이뤄진 압수수색에 큰 저항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이 이날 오전 광화문 사옥에 도착했을 때도 보도본부장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무실을 내준 것으로 전해진다.
채널A도 지난 1일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조사 중인 데다, 방송통신위원회에도 취재윤리 위반 사실은 인정한 바 있다.
또 최근 채널 승인 만료를 하루 앞두고 4년의 재승인 유효기간을 받았는데, 방통위는 검언유착이 확인될 경우 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혀 채널A 입장에서도 최대한 몸을 낮추는 분위기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