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교 운동부 선수에게 욕설·폭행한 코치들에 징계 등 권고
"더 잘하라고 때렸다"…여전한 학생 운동선수 인권침해
청소년 운동선수들에게 체벌·폭언을 일삼는 체육 지도자들이 그와 같은 언행을 실력 증진을 위한 '필요악'으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잇달아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선수에게 수시로 욕설한 한 공립 초등학교 야구부 코치 A씨에 대한 징계를 그가 소속된 체육회 회장에게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초등학교장에게는 운동부 학생 선수에 대한 정기적 상담과 지도자 인권교육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수년간 중학생들을 체벌한 운동부 코치 B씨도 선수들의 인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해당 중학교 교장에게 지도자와 교사, 선수를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A씨를 인권위에 진정한 C군 부모는 아들이 초등학교 야구부 선수로 활동하던 2018∼2019년 훈련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XX 새끼야", "너는 후배보다 수비를 못한다", "대가리에 총 맞아 뒈진 XX야" 등 수시로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코치 B씨에 대해 진정을 낸 중학교 운동부 피해자들도 B씨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자신들의 뺨과 발바닥을 때리는 등 매주 2차례 이상 강하게 체벌했다고 밝혔다.

B씨가 외부 숙소에 머무는 전지훈련 때 만취한 상태로 여자선수들의 방에 노크 없이 들어가는 등 사생활을 침해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가 된 코치들은 양질의 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같은 훈련 방식을 취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인권위에 "야구가 부상 위험이 큰 운동인 만큼 학생 선수들을 보호하고자 엄하게 혼을 낸 것"이라며 "또 '후배보다 (야구를)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일반적으로 승부욕이 생겨 더 잘하려고 한다.

실력 증진을 위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B씨도 "선수들의 기록을 향상시키고 보호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기록이 저조하면 때렸다"며 "모텔 방에 들어간 것도 감독 입장에서 선수들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피해자는 선수이기 이전에 인격 형성 과정에 있는 미성년 학생"이라며 "피진정인의 폭력은 학생 선수에 대한 정당한 훈련지도 방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겪었을 심리적 두려움과 불안감, 모멸감을 고려할 때 이는 학생 선수 인권보호를 규정하는 학교체육진흥법을 위반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 선수들에 대한 폭언·폭력 등 비인간적 대우는 예전부터 문제가 돼 왔다.

지난해 인권위의 '학생선수 인권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선수 19%와 중학생 선수의 13.8%가 언어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초등학생 응답자의 12.9%, 중학생 응답자의 15%였다.

인권위 관계자는 "특히 심각한 것은 많은 학생 선수들이 신체폭력을 당한 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폭력의 내면화'는 체육계의 폭력 문화가 지속·재생산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스포츠 지도자들은 훈련 과정 전반에서 학생들의 인권이 보장되고, 이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구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