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취지 공감하지만 일부 구체성 떨어져" 보완 필요성 지적
여야가 4·15 총선에서 각기 다른 공약을 내세우며 노인·농촌 표심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8일 각 당의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까지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는 공약으로 어르신 공략에 나섰다.
미래통합당은 현금성 수당 대신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2배로 늘리겠다는 구상으로 맞섰다.
농어촌과 관련해서도 정당들은 가축 전염병 재발생 차단을 위한 지원 강화, 농어업인 연금제 도입, 공익형 직불예산 증액, 농업예산 확대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야가 내놓은 일부 공약의 취지에는 동감하면서도 구체성이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 적지 않다며 21대 국회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대표적인 노인 공약은 2021년까지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소득 하위 70%의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현재 월 25만원이다.
60만개 수준인 노인 일자리도 4년간 100만개지 늘리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 '고령자 복지주택'을 전국 모든 시군구에 1개씩 짓겠다고 했다.
노인의 소득·일자리·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다.
통합당은 정부 재정으로 만드는 '관급 노인일자리' 대신, '민간형 노인일자리'를 현 13만개에서 26만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민간형 노인일자리는 민간 시장 수요로 만들어진 일자리다.
평균 보수가 최대 170만원으로 재정 사업 노인 일자리의 평균 27만원을 크게 웃돈다.
통합당은 기초연금 수급 대상 노인 약 20만명에게 '어르신 건강 스포츠 이용권'을 지원해 '체육복지'를 제공한다는 방안도 냈다.
정의당의 경우 기초연금 액수를 월 4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 전문가 "현 정부 정책과 큰 차이 없고 구체성도 떨어져"
전문가는 거대 양당의 노인공약이 현 정부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총평을 내놓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민주당의 '2021년까지 기초연금 30만원 지급'은 현 정부 정책을 그대로 갖고온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후반 새롭게 구성되는 국회임을 고려하면 진취적 공약이 제시돼야 했다"고 평가했다.
통합당에 대해서는 공약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가령, 시장이 창출하는 민간형 노인일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늘릴지 복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오 위원장은 "건강스포츠 이용권 지급 대상인 20만명은, 500만명을 넘어선 기초연금 수급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라고 했다.
정의당이 내놓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 공약에 대해서는 주목할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높은 노인빈곤율이 지속된다는 전망 하에서 노인을 위한 현금복지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그런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농촌 공약과 관련, 지난해 유행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 강화책을 내놓았다.
철새도래지·농장 등의 차량 출입 통제를 제도화하고, 중점방역관리지구를 지정해 관리하는 등의 내용이다.
통합당은 농축임수산 가구에게 연 120만원을 지원하는 '농어업인연금제'를 공약했다.
농한기·휴어기 농어촌 가구에게 일정 수준 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민생당은 공익형 직불제에 투입되는 예산을 올해 2조4천억원에서 3조원까지 확대해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도국 특혜 포기로 위기에 처한 농촌을 구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농업분야 예산을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2020년 농업분야 예산은 전체 512조원의 약 3%인 15조7천억원 수준이다.
◇ 전문가들 "공약 방향은 맞지만 재원 확보에 국민 동의 필요"
전문가들은 여야의 농업계 공약 방향에는 대체로 동감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문했다.
민주당의 ASF 재발 방지책에 대해선 현 정부의 방역 원칙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민간 방역 전문가는 "민주당의 '중점방역관리지구'는 이 지역 시설 기준을 높여주겠다는 것인지,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인지 방향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농축임수산 가구에 연 120만원 연금을 주겠다는 통합당 공약은 국민적 동의가 허들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명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사회복지 제도의 큰 틀 내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농지연금제 등 다른 제도와의 관계 설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익형 직불제 예산을 3조원까지 늘린다는 민생당의 제안이나 농업예산을 전체예산의 5%까지 끌어올린다는 정의당의 공약에는 농업관련 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 전 차관은 "문제는 한정된 재원"이라며 "농업 정책이 정부의 우선 순위에서 앞서지 않으면 실행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