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국내 정유회사들이 국제유가 급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에 따른 석유 수요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공장 가동률을 절반 아래로 줄이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장 국내 정유회사가 가동률을 50% 밑으로 떨어뜨리는 건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8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충남 대산공단의 제2공장과 제2고도화 공정에 대한 정기보수를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정기보수를 하반기에 진행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석유제품 수요 감소 등을 고려해 올해엔 앞당겨 시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설들의 예정된 정기보수는 올해 8월이었다. 실질적으로 정기보수를 앞당겨 실시하면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가 정기보수를 앞당겨 실시한 제2공장 등은 하루 36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한다. 현대오일뱅크의 전체 생산능력(52만배럴)의 3분의2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이 기간 현대오일뱅크의 정유 공장 가동률은 30%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춘 바 있다. GS칼텍스도 일부 공장에 대해 정기보수를 앞당겨 하고 있지만 가동률은 8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연봉으로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에쓰오일은 희망퇴직 시행을 검토 중이다.

현대오일뱅크의 공장 가동률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면서 다른 정유회사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국내 4대 정유회사들은 공장을 가동해도 많게는 하루 700억원씩 영업손실을 보고 있었다"면서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현대오일뱅크의 사례가 다른 정유회사들에 퍼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수요 감소 기간에 정기보수를 실시하며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생산공정을 효율화에 집중하면서 업황이 회복될 시기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