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코치 받아 4번 타자 완벽 변신
'제2의 인생작' 찬사까지

배우 조한선은 '스토브리그'에서 임동규 역할로 특별출연했다. 한때 같은 팀에 있었지만, 앙숙이 된 강두기(하도권)와 굴욕적으로 트레이드된 후 하차하는 듯 했던 임동규는 극 중반부부터 다시 등장해 후반부를 이끌었다. 영화 '늑대의 유혹', MBC 시트콤 '논스톱' 등을 통해 청춘스타의 대명사로 불렸던 조한선은 '스토브리그'에서 농익고 성숙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명보다 '임동규'로 더 많이 불렸을 정도.
'스토브리그' 종영 후 마주한 조한선은 "아직도 임동규에 빠져 있다"면서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던 순간에도 '임동규'로 불렸고, 임동규로 살았다"고 지난 시간에 대해 말했다.
◆ 특별출연에서 신스틸러가 되기까지
화제가 됐던 '특별출연'에 대해 말을 꺼내자마자 "저도 제가 특별출연인지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한선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신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조한선의 말대로 '특별출연 조한선' 전략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트레이드됐던 임동규가 드림즈에 재등장하는 과정은 '스토브리그'의 극적인 반전이었고, 후반부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조한선의 예상대로 '스토브리그'가 처음부터 꽃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방영 전 공개된 예고편만 보고, 야구팬들에게 "야구도 모르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만든다"면서 핀잔을 받았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KBO실록'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 야구사의 굵직한 에피소드들을 '스토브리그'에 녹여 넣으면서 입소문을 탔다.
'스토브리그'의 흥행 비결을 묻는 질문에 조한선은 "(남궁민) 형이 거북이를 봐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극중 드림즈 단장 백승수 역을 맡았던 남궁민은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드라마 흥행을 기원하며 거북이를 찾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어떤 분들은 (영화 '늑대의 유혹' 주인공) 반해원이 야구 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 작품 이후 '스토브리그' 얘기가 나온다는 건 제 필모그라피가 그만큼 탄탄하지 않다는 얘기죠. 전 한다고 했지만 알려지지 않았고, 부족하고, 모자란 거에요. 그래서 더 신중하게 작품을 고르고, 캐릭터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해요."
◆ "손이 까지도록 연습했던 임동규"
조한선은 고등학교때까지 축구를 했다. 골키퍼였던 조한선은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고 모델로 시작해 연기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래도 야구 선수 역할은 처음이었던 만큼 "누가 봐도 4번 타자로 보일 만큼" 작품이 종영할 때까지 연습을 놓지 않았다. 실제로 손바닥이 까지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한화 이글스의 간판 타자 김태균에게 조언도 받았다. 임동규의 타격 전 '루틴'인 몸을 앞뒤로 흔드는 것 역시 조한선이 만든 것. 예민한 타자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 체중도 감량했다.

조한선은 '스토브리그'를 하기 전부터 SNS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왔다. 댓글에도 모두 답글을 달아 줄 정도다.
하지만 '스토브리그'에서 임동규가 물의를 일으켜 욕을 먹을 때엔 '과몰입' 시청자들에게 욕 댓글,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조한선은 이런 현상마저 "재밌다"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제가 2015년부터 인스타그램을 했는데, '스토브리그'를 하기 전까진 댓글이 70개 정도라 답글을 다는 게 힘들지 않았어요. 요즘은 300개가 넘어가니 힘들긴 하더라고요. 제가 욕을 보는 건 괜찮은데 제 인스타그램을 찾아온 사람들이 보는 건 그렇잖아요. 그래서 욕이 올라오면 차단하는 기능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알림을 통해 저에게 보이긴 해요. 온갖 새끼들이 다 있어요.(웃음)"

"결혼한 지 10년이 됐어요. 결혼을 하면서 제 삶의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어요. 캐릭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지고요. 예전엔 머리로 분석했다면, 이젠 '이 역할이 나오기 위해 스태프가 노력해서 이렇게 나오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런 조한선에게도 '스토브리그'는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이 될 전망이다. 단순히 흥행을 떠나 배우, 스태프 모두가 함께 호흡하며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마쳤다는 쾌감을 안겼기 때문.
"마지막회 대본에 작가님이 저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적어주셨어요. 그런 대본을 지금까지 연기하면서 처음 받아봤어요. 주연배우들만 챙기기도 힘들 텐데, 저까지 그런 멘트를 해줬다는 게 '울컥'했죠. 그래서 더 임동규를 놓지 못하는 거 같아요. 짠하고, 아쉬워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