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로 사후 500주기 기념…5세기 전 그자리 그모습으로 재현

다음 주 바티칸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외에 또 다른 르네상스 천재의 희귀 작품을 온전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박물관은 다음 주 일주일간 이탈리아 출신 화가·건축가인 라파엘로 산치오(1483∼1520)의 태피스트리(tapestry) 12점을 시스티나 성당 내 벽면 하단에 전시한다.

태피스트리는 여러 색실로 사물의 형상이나 이미지를 짜 넣는 직물 공예다.

이번 전시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과 함께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라파엘로 사후 500주기를 맞아 기획됐다.

전시되는 작품은 바티칸 박물관의 의뢰를 받은 전문가들이 지난 10여년에 걸쳐 라파엘로의 밑그림을 토대로 정교하게 복원해낸 것이다.

복음서와 사도행전에 나오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생애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묘사했다.

교황 레오 10세(재임 1513∼1521) 요청으로 처음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태피스트리는 그동안 바티칸 박물관 측이 작품 보호 등을 이유로 거의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과거 몇차례 일반 전시가 이뤄졌지만 아주 짧은 시간 일부 몇 점이 공개된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처럼 비교적 오랜 시간에 걸쳐, 그것도 시스티나 성당 벽면 하단에 모든 작품이 과거 모습 그대로 재현·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세기 만에 제 자리를 찾은 셈이다.

바티칸 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 기획에 대해 "과거 시스티나 성당 벽면을 장식했던 원래 형태대로 작품을 선보이는 게 라파엘로 사후 500주기를 기념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품 12점 가운데 한 점은 곧 이탈리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로마 퀴리날레궁의 스쿠데리에 박물관에 임대되고, 또 다른 한 점은 올해 말 런던 국립미술관으로 향할 예정이어서 완성된 형태의 12점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는 기간은 다음 주 한 주밖에 없다고 한다.

시스티나 성당은 1481년 이탈리아 건축가 조반니 데 도로티에 의해 완성된 성당으로 가톨릭교의 영적 지도자이자 신의 대리인인 교황이 선출되는 '콘클라베'(Conclave)가 진행되는 곳으로 잘 알려져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세계 최대의 천장 프레스코화인 '천지창조'와 정면 벽을 장식한 '최후의 심판'을 보기 위해 연간 수백만명이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