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비영어권 최초…칸과 동시 수상은 두 번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사진)은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면서 한국 영화사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 영화사를 모두 새로 썼다.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의 꽃’이라 불리는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사상 처음이다.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을 수상한 것도 한국 영화는 물론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이다.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가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최고상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다. 1955년 황금종려상과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델버트 맨 감독의 미국 영화 ‘마티’ 이후 64년 만이다.

각본상 수상도 아시아 영화로는 처음이다. 비영어권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각본상을 받은 건 스페인 출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그녀에게’ 이후 17년 만이다.

‘각본상=작품상’이라는 아카데미의 최근 경향이 올해 시상식에도 이어졌다. 올해 ‘기생충’을 포함해 최근 7년간 수상 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각본상을 받은 여섯 작품 가운데 2019년 ‘그린북’, 2016년 ‘스포트라이트’, 2015년 ‘버드맨’ 등 네 작품이 작품상을 받았다. 수상 전부터 영화 전문가들은 “역대 아카데미 수상 결과를 봤을 때 각본상은 작품상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입을 모았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