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가 연일 폭등하면서 시가총액이 한때 넷플릭스를 넘어섰다. 뉴욕 증시를 이끌어온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FAAGT’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넷플릭스 대신 테슬라가 핵심 기술주에 포함될 것이란 얘기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테슬라는 전날보다 13.73%(107.06달러) 급등한 주당 887.0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24% 솟구친 주당 968.99달러까지 올랐다. 전날에도 19.89% 오른 테슬라는 올 들어 상승률이 112%에 달한다. CNN은 이날 테슬라 주식에 대해 “이 세상 주식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날 17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598억달러로 마감됐다. FAANG 주식의 하나인 넷플릭스(1619억달러)와 21억달러 차이다. 장중에는 넷플릭스를 웃돌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올 들어 13%가량 올랐지만, 테슬라의 상승률(112%)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게다가 작년 4분기 디즈니, 애플 등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미국 내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테슬라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양산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6월 초 주가는 178달러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작년 3분기를 기점으로 생산과 판매가 안정화됐다. 1분기 6만3000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3분기 9만7200대, 4분기 11만2000대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 4분기 연속 흑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최근 주가가 폭등하자 그동안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던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되사들여 갚으면서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리서치 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말 현재 유통주식의 17%가 공매도될 정도로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

주가 향방을 놓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투자자문사 아크인베스트는 테슬라의 영업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5년 뒤 주가는 70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배런캐피털 설립자인 론 배런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10년 안에 1조달러 매출을 올릴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배런캐피털은 테슬라 주식 16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마크 테퍼 스트래티직웰스파트너스 설립자는 “테슬라의 주가가 7000달러에 달하면 은퇴하겠다”고 혹평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3, 4분기 흑자를 냈지만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연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올해 월가 증권사들의 예상 순이익을 바탕으로 한 주가수익비율(PER)은 77배에 달한다. 시트론리서치는 “(테슬라 주식은) 월가의 새로운 카지노”라고 비꼬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슬라의 주가 급등세가 과거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유가 폭등, 2017년 비트코인 버블 때보다 더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2017년 초 1000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연말엔 2만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폭등했지만 이후 1년간 80% 급락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이날 오후 장 마감 직전 7분간 967달러에서 873달러로 약 100달러 급락해 오름폭이 급격히 축소됐다. 월가 관계자는 “테슬라 주식의 과매수 신호에 알고리즘 매매가 작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보유 지분(19%)의 가치는 이날 44억달러, 올 들어 170억달러 증가했다. 올 들어 시간당 2000만달러 오른 셈이다. 올해 초 블룸버그 집계 세계 부호 순위에서 35위였던 그는 현재 20위까지 상승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