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끝내고 재개장한 대만 증시가 30일 5% 넘게 급락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공포에 글로벌 증시 ‘몸살’이 이어졌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업황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더해져 반도체주 낙폭이 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7.28포인트(1.71%) 내린 2148.00으로 마감했다. 우한 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사망자와 확진자가 급속도로 불어난 영향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며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 21일부터 설 연휴로 휴장했던 대만 증시는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자취안지수가 급락해 5.75% 하락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72% 내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다음달 2일까지 휴장한다.

한국 증시에서는 중국 소비주와 함께 정보기술(IT)주 낙폭이 컸다. 삼성전자가 3.21%, SK하이닉스가 3.98% 내렸다.

삼성전기도 4.91% 하락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AMD와 자일링스, 실리콘랩 등 일부 반도체 업체가 부진한 실적과 전망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낙관론이 한풀 꺾였다”고 말했다.

30일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 것도 투자자들을 움츠리게 했다. 삼성전자 측은 “올해 점진적인 업황 회복이 기대되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가 언급한 ‘반도체 수요 불확실성’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며 “삼성전자가 보수적인 전망을 내비친 데다 주가가 그동안 급등한 탓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