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적극 대응 촉구…"한남 3구역은 정부 방조로 주민 피해"
총선 불출마 결정에 "남은 임기 잘 마무리하는 게 더 바람직"
성장현 구청장 "용산공원 내 호텔 존치는 소탐대실…이전해야"
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은 "용산공원 내 드래곤힐호텔 존치는 소탐대실"이라며 주한미군 시설 이전 계획에서 제외된 이 호텔의 이전을 재차 촉구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지난 10일 구청장실에서 연합뉴스와 한 신년 인터뷰에서 "국가공원 안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 구청장은 "용산공원을 온전하게 조성하는 것은 대한민국 영토와 민족 자존심 회복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미국은 작은 땅을 지키는 데 연연할 게 아니라 맹방(盟邦)인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용산공원 조성을 추진해 온 정부는 지난해 말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공원구역을 기존보다 60만㎡ 늘리기로 결정했으나 드래곤힐호텔(8만4천㎡)과 헬기장(5만7천㎡) 등 일부 미군 시설 부지는 공원구역에서 제외했다.

이는 양국 합의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공원 한복판에 미군만 입장할 수 있는 드래곤힐호텔 등이 버티고 있다면 역사·민족 공원을 표방하는 용산공원의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미군 시설 이전을 요구해 온 용산구는 앞으로 잔여 시설의 완전한 이전을 지속해서 촉구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공원 조례를 만들어 공원 조성 시 토양 오염 해결과 주민 의견 반영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성장현 구청장은 "용산구는 20년 전 미군으로부터 아리랑택시 부지를 반환받은 전력이 있고, 수도여고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도 다른 곳으로 이전토록 했다"며 "용산구도 이렇게 해냈는데 책임 있는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성장현 구청장 "용산공원 내 호텔 존치는 소탐대실…이전해야"
성 구청장은 고승덕 변호사 측이 보유한 이촌동 공원 부지 매입도 지속해서 추진해 연내 보상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구는 지난해 237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매입을 추진했지만 고 변호사 측의 반대로 반년 넘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성 구청장은 "협상이 안 되면 수용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주민에게 필요한 공간이니 협상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또 다른 이슈는 한남3구역 재개발이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작년 11월 한남3구역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다수의 위법 사항이 확인됐다며 입찰 건설사 3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조합에는 입찰 중단 등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재입찰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성 구청장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제재하는 게 관과 법이 해야 할 일인데 그간 방조하다가 결국 주민이 피해를 보게 됐다"라며 "앞으로 조합과 사전 협의 및 검증을 통해 문제점을 미리 걸러내 서류 절차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구는 올해 용산역사박물관 조성과 치매안심마을 조성에도 속도를 낸다.

2021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용산역사박물관은 한강로동 옛 철도병원에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들어선다.

용산구는 현재까지 유물 1천600여점을 수집했다.

성장현 구청장 "용산공원 내 호텔 존치는 소탐대실…이전해야"
치매안심마을은 용산구가 소유한 경기도 양주시 옛 구민휴양소 부지에 들어서는데, 양주시 측의 반대가 걸림돌이다.

양주시는 '별다른 혜택 없이 부담만 떠안게 된다'는 입장이지만 성장현 구청장은 "치매안심마을은 통제와 격리 위주에서 벗어나 치매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선진 시설"이라며 "양주시 지역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성 구청장은 "양주시와 면담을 추진하고 있으며, 양주시민 우선 채용과 입소 혜택 등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올해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구의원을 거쳐 1998년 민선 2기 때 처음으로 구청장에 당선됐다.

이후 2010년부터 내리 3선에 성공하며 4선 구청장의 역사를 썼다.

구정이라면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올해를 맞는 감회는 여느 때와 다르다.

성 구청장은 작년 말 총선 도전을 위해 사퇴하려 했으나 당(더불어민주당)과 구의회의 반대로 막판에 마음을 돌렸다.

성 구청장은 "국제업무지구 개발, 용산공원 조성 등 국책 사업은 구청장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출마를 결심했지만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는 게 개인이나 당을 위해서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중간에 뜻을 접었다"며 "좌절하기보다는 지금 자리에서 해야 할 일들을 더 열심히 챙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