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 격하' 발언 외부 나가자 내부자 색출…포렌식 업체까지 동원
휴대전화 제출 안 한 공무원, 신안 홍도로 발령…직권남용 논란

전남 고흥군이 군수의 발언을 녹음해 유출했다며 해당 공무원을 신안 섬 지역으로 이른바 '보복성 발령'을 냈다.

고흥군은 발언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군 예산을 써가며 외부에서 포렌식 업체까지 불렀던 것으로 드러나 적법성 논란도 인다.

8일 고흥군 등에 따르면 6급 공무원 A씨는 7일 자로 신안군 관할인 홍도 관리사무소로 발령 났다.

홍도는 고흥에서 목포까지 2시간을 달려 다시 쾌속선으로 2시간 30분을 타고 가야 하는 '험지'다.

고흥군은 신안군과 교류사업 차원에서 이뤄진 인사 조처라고 설명했지만, 군 안팎에서는 전형적인 보복성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인사는 고흥군에서 신안군에 먼저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홍도사무소 직원은 고흥군 봉래면으로 전보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 30일 군청에서 열린 업무 간담회 당시 송 군수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송 군수는 레미콘 공장 설치 반대 등 집단 민원에 대해 실·과별 대응을 주문하며 "집단 민원에 동참한 주민들이 정말로 피해가 있다, 없다를 알기보다는 몇사람의 선동에 의해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집단시위가 그렇다"며 "촛불집회도 마찬가지다.

몇사람이 하니까 나머지는 그냥 따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군수의 발언은 내부방송망을 통해 읍면사무소까지 중계됐다.

이후 송 군수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촛불시위를 격하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송 군수는 곧바로 사과했지만,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에 1위에 오르는 등 큰 곤욕을 치렀다.

고흥군은 군수의 발언을 녹음해 유출한 사람을 찾겠다며 색출작업에 나섰다.

녹음 파일에 모 면사무소 직원의 목소리가 담겨있다며 면장을 비롯해 계장급 직원 4명을 조사했다.

당일 녹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광주에서 포렌식 전문업체 직원을 불러 조사까지 했다.

군은 이 업체에 예산 400만원을 지급했다.

5명 가운데 A씨는 끝까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했고 결국, 이번 인사에서 홍도로 발령이 났다.

A씨의 지인들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보낼 탄원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조사과정에서 직원들은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휴대전화를 바꾸지 말라', '행위자가 발견되면 퇴출·파면하겠다' 는 등의 협박을 들어야 했다"며 "명분도 타당성도 없는 무자비한 보복인사"라고 주장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했으면 따랐겠지만, 수사권이 없는 군청에서 강압적으로 내라는 것은 사실상 직권남용이라고 생각해 따르지 않았다"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일이고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흥군은 이번 인사 조처가 공무원 기강 확립을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고흥군 관계자는 "당시 군수의 발언이 유출돼 군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공무원의 품위 유지 규정을 위반한 사안으로 발언 유출자를 공직사회에 둘 수 없어 감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A씨가 휴대전화 검사를 거부해 유출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며 "징계를 하는 대신 내부 협의를 거쳐 신안군과 인사 교류를 하게 된 것일 뿐 보복성 인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